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잠시 쉰다. MBC가 5월이면 준비하는 다큐멘터리가 한 달 동안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 1의 마지막 이야기는 황교익에 대한 논란과 난민에 대한 공포증 조장을 다뤘다.

모든 것에는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그 경계선에서 얼마나 선명함을 가질 수 있느냐가 관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 대한 시선 역시 그런 명징함을 강요할 수 없다. 선명함을 강조하고 그런 삶을 살려고 해도 인간인 이상 항상 경계면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황교익에 대한 여러 시선들이 있다. 음식평론가로서 냉철하게 자기주장을 이야기한다는 시선과 과도하고 꼰대짓을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황교익 논란'은 이런 시각들이 혼재되어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진영 논리를 앞세워, 황교익을 공격하는 이들은 극우 성향이고 그를 비호하는 이들은 진보 성향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황교익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로 진영 논리를 이번 논란의 기준을 삼는 것은 본질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떡볶이 논란'이나 '불고기 논란'을 보면 이 현상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알 수 있다. <수요미식회>에 출연해 떡볶이는 맛이 없다고 했던 황교익이 다음 날 떡볶이 광고를 찍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 그게 사실이라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018년 언급했던 떡볶이 비판과 달리, 문제의 광고는 2015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찍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1년 가까이 기부한 기록도 남아 있다. 해당 음식점은 다양한 프리미엄 분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홍보 과정에서 떡볶이도 존재했을 뿐, 떡볶이 비난을 하고 광고를 찍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

'불고기는 야쿠니쿠'가 들어와 만들어진 것이라는 친일 논쟁의 핵심에도 어폐가 있다. 일제 강점기 야쿠니쿠를 한글로 표현하다 보니 불고기가 되었다는 것이 황교익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이견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고기 자체를 일본의 야쿠니쿠라고 주장했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황교익에 차단당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황차 클럽'을 보면 황교익에 대한 비난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자신의 학문적 사고를 관철시키기 위해 주장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자신만이 옳다는 식으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황차 클럽'을 진행하는 인물은 황교익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가까이 지내며 알고 있던 인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황교익의 개인적 성향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일을 앞세워 조롱하기 위한 '교이쿠상' 등의 행위는 과하다. 비난이 폭주한 시점이 2018년 10월 2일부터라는 점도 씁쓸하다. 백종원이 막걸리를 시음하는 과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논란이 되는 모든 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백종원과 황교익이 대결구도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오래전부터다. 단순히 백종원을 두둔하는 이들이 악의적으로 황교익을 비판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교집합은 존재하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음식평론가로서 일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통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는 변했으니 말이다.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대거 입국하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난민법이 제정된 아시아의 유일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난민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사실은 서글프다. 주장은 할 수 있지만 그 기반이 잘못에서 시작되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브랜드 옷을 입고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으니 난민이 아니라는 주장은 경악스럽다. 가난해 먹을 것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자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떠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들이 그 흔한 브랜드 옷과 신발을 신었다고 난민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

난민 반대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무슬림들이라는 점이다. 무슬림은 모두 악마들이라는 이분법을 두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시각으로 무슬림을 적대시하는 문화가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종교를 믿을 수 있는 국가다. 하지만 특정 종교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종교인들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슬림 공포증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다가올 정도다.

'이슬람 13 교리'라고 떠도는 것 역시 IS라는 극단적 집단이 만든 것을 'IS'를 빼고 이슬람을 믿는 이들 전체의 교리로 퍼트리는 것 자체가 악랄하다. 코란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거짓말로 적어 무슬림들을 공격하는 무리들은 악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태극기를 등에 붙인 무슬림들의 사진을 두고 IS 대원들이 국내로 잠입하는 사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 사진은 국내 무슬림들이 메카로 가기 전 합동으로 예배를 하는 장면을 왜곡해서 가짜뉴스로 만든 것이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인천 국제공항에 장기 체류 중인 루렌도 가족은 전쟁을 피해 온 난민이다. 제주에 있는 예멘 난민들 역시 정부 보조금은 받은 적 없고, 자신들이 일해 돈을 벌고 있다. 우리와 다름없이 세금을 내고 일하는 그들에게 누가 돌을 던지는가? 난민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급등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무근이었다. 난민을 극단적으로 차단하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벌어진 악의적 주장이다.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독일의 경우 통계적으로 난민들의 범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멘 난민 아델이 제주 같은 작은 섬에 갇혀 살기 싫어 예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기사를 낸 디스패치의 보도 역시 악의적인 거짓말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자신은 예멘 사람이니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발언을 악의적으로 번역해 기사화 한 것.

우리도 한때는 난민의 삶을 살았다. 일제 침략에 맞서기 위해 많은 독립투사들은 해외에 난민으로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난민들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난민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범죄자로 덧씌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난민에게 엄청난 혜택을 베풀고 있다는 이 말도 안 되는 거짓 주장들은 무엇을 위함인가? 거짓 정보가 반복되고 쌓이면 진실처럼 보인다. 가짜뉴스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퍼지며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수많은 정보들을 합리적으로 걸러내는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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