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시상자로 LG 조인성이 선정되었습니다. 타율 0.317, 28홈런, 107타점의 조인성의 기록을 뜯어보면, KBO에 등록된 모든 선수들 중 단 3명밖에 없는 전 경기 출전 선수 중 한 명이며 (나머지 두 선수는 넥센 강정호와 기아 안치홍입니다.) 수비 부담이 가장 많은 포수 중 유일한 전 경기 출전 선수입니다. 타율 6위, 홈런 및 타점 3위로 세 부문에서 조인성보다 좋은 기록을 거둔 포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포수가 시즌 100타점을 넘긴 것도 조인성이 사상 최초입니다.
박경완이 훌륭한 포수임을 부인하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38세의 나이와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불구하고 SK의 우승과 야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한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박경완은 타율 0.263, 14홈런, 67타점으로 조인성에 비해 기록이 현저히 뒤쳐집니다. 타율 0.305, 23홈런, 72타점의 강민호와 타율 0.267, 20홈런, 68타점의 양의지에도 뒤지는 것이 박경완의 기록입니다. 기록만으로 냉정히 평가하면 박경완의 기록은 네 명의 포수 후보 중 최하위에 해당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경완은 강민호와 양의지를 압도적으로 제쳤고, 조인성과는 단 2표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 투표에 참여한 야구 기자들은 포수 리드에서 박경완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골든글러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수 리드의 우수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SK의 우승이 박경완의 리드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김광현, 가토쿠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와 정대현, 정우람, 송은범, 전병두, 이승호, 고효준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은 8개 구단 중 최강이었습니다. 설령 박경완이 없었다 해도 SK의 투수진이 8개 구단 최강이라는 사실은 불변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류현진, 윤석민 등의 각 팀 에이스와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 등 한미일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이 즐비한 최강 전력의 대표팀에 박경완이 없었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어려웠을 것이라 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올 시즌 6위에 그치며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에 조인성 대신 박경완이 있었다면 과연 LG가 SK처럼 우승할 수 있었을지 가정해봅시다. 투수진이 허약해 우승은커녕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을 것입니다.
박경완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투타의 기본적인 팀 전력이 가장 중요하며, 기록으로도 검증될 수 없는 리드와 단 한 명의 포수가 팀 전체의 전력을 모두 좌우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만일 수비 위주로 투표를 했다면 골든글러브 부문 중 지명타자에는 모두 기권해야 하며 수비가 좋지 않은 롯데 이대호와 두산 최준석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국 야구기자들 상당수가 잣대가 불분명한 인기투표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조인성의 2표차 천신만고 수상을 놓고 야구 커뮤니티의 상당수 팬들은 야구 기자들의 자의적인 투표 행태에 회의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전 경기 생중계로 케이블 TV와 인터넷을 통해 팬들은 전 경기를 관전하고 커뮤니티에서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지식을 쌓으며 야구를 보는 안목을 높이고 있지만, 야구 기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여 정체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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