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12월 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도 개혁 합의 사항을 자신들이 깼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지, 도입을 합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사실 한국당의 이러한 주장은 예상됐던 일이다. 당시에도 합의문 문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29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작년 12월 15일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했었다"며 "5개월 동안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하는 동안 한국당은 뭘 하다가 지금 와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채이배 의원 외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에서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러한 지적이 언론에서 보도되자, 한국당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채이배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지난 12월 5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이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합의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월 중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있었다. 지난 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고 당시 합의는 이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합 의 사 항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5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

1.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3. 석패율제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4. 선거제도 개혁 관련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

5.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6.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 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

한국당은 해당 합의문에 대해 "1항은 말 그대로 '적극 검토' 한다는 취지"라며 "2항은 정개특위 합의에 따르기로 했으나 여야 4당은 합의를 파기, 한국당을 제외하고 패스트트랙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4항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 하기로 했으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6월까지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이 남아있음에도 합의 없이 한국당을 제외하고 처리를 시도하는 것은 12월 합의에 위배된다. 적반하장식으로 한국당이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일부 언론에서 합의문조차 제대로 읽지 않고 타당의 일방적 허위적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편파적 허위보도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언론중재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는 물론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다. 편파적이고 허위적인 보도를 중단하고 현재 잘못된 기사들에 대해선 정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한국당의 이같은 주장은 예상된 일이었다. 5당 원내대표 합의 당시 합의문 1항의 '적극 검토' 문구를 한국당이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15일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합의문 내용이 '검토'이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해 12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문 1항에서 '적극 검토한다'고 돼 있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는 전제로 하고 세부방안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4개월이 지난 현재, 이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당은 '적극 검토'라는 문구를 빌미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법적 대응 운운하며 언론까지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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