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제 개편·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자유한국당의 육탄 저지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수언론은 '동물국회'를 언급하며 양비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양비론을 거론하기엔 한국당의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29일자 조선일보는 <'동물국회' 시대로 되돌려 놓고 與는 검찰로, 野는 거리로> 사설에서 이번 패스트트랙 추진을 둘러싼 논의에서 여야 모두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에서 망치와 빠루가 다시 등장하고 사·보임 신청서 팩스 제출, 국회의장 병상 결재, 법안 전자 제출 등 새로운 날치기 수법까지 등장했다"며 "국회를 선진화법 이전 '동물국회' 시대로 되돌려 놓은 뒤 여당은 검찰로 달려가고,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가 사법 처리와 장외 시위로 상대방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은 제1 야당이 거부하는 선거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며 "민주주의 하는 나라에서 경기 규칙인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는 법은 없다"고 비난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검찰 견제를 위한 공수처법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꽉 막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정국에도 숨통을 틔울 정치적 해법은 있는 법"이라고 당부했다.

▲2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싸움, 부끄럽지 않은가> 사설에서 "낯뜨겁고 민망한 '폭력 국회'가 재연됐다"며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난무하고 못을 뽑을 때 쓰는 속칭 '빠루'와 장도리 같은 연장도 등장했다. 지난 주말 열린 자유한국당의 장외 집회에선 '독재 타도'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치 대신 폭력과 투쟁의 폭주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정치판을 보는 국민들은 착잡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공수처법이든, 선거법이든 최종적 정책 소비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최대 공약수를 찾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이 과정은 생략한 채 밀실에서 자기들 입맛대로 손질해놓고,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고 밀어붙이려다 결국 포격사태로 발전했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한국당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적극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코앞에 닥치니 육탄저지에 나섰다. 이러고도 제1 야당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모두 무책임 정치의 극치"라고 양비론을 꺼내들었다.

중앙일보는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으로 지금 국민들은 생업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다"며 "그런데 정치권은 국민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민생은 뒷전으로 내몰고 정파적 이해에 눈이 어두워 밀실 협상 법안 처리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수언론은 국회의 패스트트랙 대치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책임의 경중을 따지자면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협상 난항 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동원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한국당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당이 극렬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좌파 독재 저지'라는 구호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밥그릇 지키기'가 '반독재 투쟁'이라는 자유한국당> 사설에서 "(한국당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반독재 투쟁이라 주장하는 건 염치없는 견강부회, 적반하장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이 '좌파 독재 음모'라며 나흘째 회의장을 봉쇄한 채 국회선진화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그런데도 나 원내대표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어처구니 없는 자기 합리화"라며 "자유한국당이 국회 회의장을 틀어막고, 의안과를 점거한 채 집기를 부수며 법안을 탈취·파손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걸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봤다"고 썼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은 불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관행'을 어겼다고 주장한다"며 "이 또한 정치 선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야 3당이 농성을 벌이자 지난해 12월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담긴 여야 5당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나 원내대표는 서명 당사자"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여야 4당 안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의석수가 줄어든다"며 "민주당에서도 서울·호남 지역구가 너무 큰 폭으로 준다며 불만이 터져나오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민주당도 물러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뒤에도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최장 330일 동안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자유한국당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행위는 반독재 투쟁이 아니라 의원들의 밥그릇 사수를 위한 제1야당의 기득권 투쟁일 뿐이다. 불법행위를 합리화하려고 국민을 기망하는 정치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국회 짓밟고 '헌법수호' 외치는 한국당의 적반하장> 사설에서 "한국당은 전날까지 연이틀간 국회에서 감금과 육탄전, 드러눕기, 집기 파손 등 온갖 폭력적 수단으로 법안 접수를 막고 회의장을 봉쇄했다. 민주적인 법안 처리 절차를 폭력으로 짓밟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러고 난 다음날엔 장외에서 태연히 헌법을 지키겠다고 외치니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국당은 선거제·검찰개혁 법안 저지를 마치 자유와 민주를 위한 투쟁인 양 목청을 높이지만 사실도 아니고 설득력도 없다"며 "선거제 개혁만 해도 한국당은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자 '비례대표 폐지'라는 반헌법적인 안을 불쑥 내놓았다. 공수처 설치도 이렇다 할 대안 없이 시간 끌기로 버텨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면서 이를 막는 게 자유민주주의 수호라고 한다"며 "승자독식의 양당 체제를 완화하는 선거제 개편과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 설치가 어떻게 좌파 독재이고, 헌법 파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는 이런 막가파식 극한 투쟁을 좀체 접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국당의 국회 봉쇄는 의회주의,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그러나 한국당은 사생결단식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시민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의 입법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며 "이런 정치 현실에 시민들은 화가 나고 지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당은 투쟁에 앞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살펴야 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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