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 매주 꾸준히 해왔던 게 있을까? 아마도 먹고 자는 거 말고는 찾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일이라 해도 10년 동안 같은 일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해온 사람들이 있다.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10주년, 440회의 시간을 달려온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유스케)>, 흔히 유스케라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슈스케가 명멸해버린 지금도, 밤하늘 그곳에 늘 있던 그 별처럼 변함없이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요즘 유스케는 금요일 밤 11시 20분에 방송이 된다. 12시를 훌쩍 넘은 시간에 방송되던 시절에 비하면 양반이다.

평범 속의 진리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

그 특별한 10주년을 연 사람은 놀랍게도, 10년의 시간 동안 한번도 <유스케>에 출연한 적이 없다는 김현철이다. 유희열의 말처럼 몇 번은 나온 거 같은데 이상하다. 언제더라, 노총각 4인방이라며 윤상, 김현철, 이현우, 윤종신이 출연해 서로 놀리며 흥겹게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불렀던 게. 그게 벌써 언젠가 싶게, 이제 다들 아빠들이 되었다. 그 네 명이 노총각으로 나왔던 게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였는지 <이소라의 프로포즈>였는지 <윤도현의 러브레터>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다르고 같았던 계보를 이어 오늘의 <유스케>가 있으니, 그 앞서 선배들까지 따지면 유장한 뮤직쇼의 역사이다.

그렇게 10주년을 맞이했는데도 여전히 <유스케>에 출연하지 않은 가수들이 있단다. 10주년 맞이 인터뷰를 한 유희열의 오랜 소망인 조용필부터 언젠가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파릇파릇한 신인가수들까지. 10주년을 맞이한 <유스케>가 특별했던 건, 바로 여전히 이 무대에 서야 할 가수들이 있고, 언젠가 이 무대에 설 가수들이 있다는 그 '존재감'의 확인이었다.

이제는 젊은 층에게 <복면가왕> 아저씨로 어필한다는, 19살에 '천재' 뮤지션으로 인정받았던, <춘천가는 기차>와 <연애>의 김현철이 30주년 앨범을 기약할 수 있는 무대가 <유스케> 말고 또 어디 있을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

또한 정말 우주에서 온 음악 같은 신비하고 묘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난 아마 회사에 뼈를 묻지 싶다, 가난은 나를 잡고 나는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 다치기 전 내 두 눈을 감기고 싶어, 150씩 일 년 계약, 거둬주신다면 작업실에 처박혀서, 우싸미 하나 1BACK 하나, 정규 하나, 잘할 자신 만만, 나같으면 투자 가'라는, 유희열의 표현대로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이후로 모처럼 신선했던 '설마는 사람 잡고 철마는 달리고 싶다'와 같은 음악을 들을 곳이 <유스케>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가 새로운 설렘이었다면, 볼빤간 사춘기는 그런 <유스케>의 '선구안'의 증명이다. 불과 몇 년 전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유스케>에서 첫 무대에 섰던 '볼빨간 사춘기'. 그 이상한 그룹명과 함께 '서양 수박 1위' 소원이 야무지다 느껴졌던 그 시간을, 이제 다시 돌아온 <유스케>에서 여유롭게 자랑의 한 품목으로 펼친다. 어디 볼빨간 사춘기뿐일까. 아이유는 물론 내로라하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첫 번째 기회를 준 곳이 바로 <유스케>였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

그 어떤 화려한 팡파레와 축하 공연이, 김현철로 시작해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로 마무리된 이날의 <유스케>만큼 앞으로도 계속 유스케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 오래 해서 계속해야 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계속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낸 시간, 그래서 10주년 <유스케>는 빛났다.

MC, 그리고 뮤지션 유희열

또한 인터뷰에서 총무, 큐레이터라고 자신을 정의내린 유희열의 이야기가 그의 음악과 함께 10주년 곳곳에서 직조되어 빛났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를 듣고 이런 사람과는 같이 음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던 고등학생 유희열. 프로듀서 김현철이 말한 성취감에 대한 지론을 듣고 토이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유희열 뮤직 월드의 시작은, 김현철 6집의 <이게 바로 나예요> '술 마시면 취하고 넘어지면 아파요'라고 읊조리듯 부르던 객원가수 유희열에서 크러쉬를 객원가수로 하여 함께 부른 U&I를 거쳐, <무한도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 <그래, 우리 함께> '너에게 나 하고 싶었던 말, 고마워, 미안해, 함께 있어서 할 수 있었어, 웃을 수 있었어'의 감사 인사로 마무리되며 MC 유희열과 그의 음악을 돋을새김 했다.

평범한 듯했지만 그 어떤 축하연보다 빛났던 시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빛날 것이라고 담담하지만 힘 있게 설득했던 시간, 그래서 다시 만나러 가고 싶은 10주년의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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