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보임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정당계의 주장은 왜곡된 해석으로 보인다. 당장 한국당이 지난해 7월부터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을 한 횟수만 114차례다.

23일 바른미래당은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표결 결과 12대11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당의 입장으로 추인됐다.

그러나 사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개특위 구성상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을 사보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글.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바른정당계와 자유한국당은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 발간된 국회법 해설집을 올리며 "회기 중에 위원교체 못한다는 (국회법) 48조 6항은 정치개혁법안"이라며 "국회의 교섭단체들이 첨예한 대립사안 처리를 위해 위원 사보임을 오남용한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 16대 국회의 정치개혁특위가 만든 조항"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회법 해설서에도 위원의 사보임은 질병 등으로 인하여 위원회 활동이 특히 곤란한 경우로 한정하여 엄격히 운용되어야 한다고 나와있다"며 "20대 국회가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처리한다면 국회의 시계를 17년이나 거꾸로 돌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기자들에게 발송한 자료에서 "오신환 의원의 사개특위 사보임(개선) 가능성에 관한 법률조항"이라며 국회법 제48조를 들이밀었다. 한국당은 "국회법상 임시회 회기 중에는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하태경 의원의 해석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국회법 제48조 6항은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따라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될 수 없고, 정기회의 경우에는 선임 또는 개선 후 30일 이내에는 개선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이 법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당시 회의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2월 국회 회의록에서 허태열 당시 한나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하여 위원의 사·보임은 원칙적으로 동일회기 중에는 1회에 한하여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얻은 경우에는 사·보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조항이 신설될 당시 국회 정개특위에서 제안한 안건에는 '동일'회기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문구를 다듬으면서 '동일'이라는 말이 빠졌고, 이는 굳이 동일이라는 말을 넣지 않더라도 의미가 통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국회법 48조 6항은 상임위원의 사보임을 모든 임시회 중에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한 회기에 위원으로 임명됐을 경우 동일 회기에는 해당 위원을 다른 상임위로 사보임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국회법 48조 1항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고 돼 있다. 즉 상임위 위원 개선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권한이며, 오신환 의원은 지속적으로 사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번 회기에서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사보임을 시켜도 법적으로 무리가 없다.

과거 위원 사보임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도 있다. 지난 2001년 김홍신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사보임 처리에 반발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을 때,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국회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 전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 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 2018년 7월 임시회를 시점으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116회, 한국당이 114회, 바른미래당이 19회 상임위 위원 사보임을 진행했다. 특히 한국당은 특별위원회에서만 30회 사보임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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