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듯이 항간에 떠돌던 설이 공식 발표로 사실로 드러났다. 아니 이미 지지난주 예고부터 천무야PD는 폐지를 시청자들에게 완곡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설과 PD의 의자에 따라 미리 알게도 되고 미리 짐작도 했지만 그렇다고 천무야 폐지를 덤덤하게 받아드릴 수만은 없다. 국민 애송시 한용운의 시에도 진작부터 갈파했듯이 알고 맞는다고 그 매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제 늙은 사자 이하늘의 꾀죄죄한 웃음과 늘 가슴 뭉클하게 했던 눈물도, 오지호의 많이 빈 듯한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미소도 더는 볼 수 없다. 김C가 떠날 때부터 뭔가 조짐이 좋지 않더니 결국 폐지의 수순을 맞게 됐다. 꿈의 구장이 완공되는 그 날까지는 수명을 조금은 더 연장할 거라 기대했지만 KBS 경영진은 그 몇 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산소호흡기를 떼고 말았다.

그래서 굳이 전국대회를 스스로 만들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창단 후 두 번의 전국대회에 나가 연속 1회전 탈락이라는 불명예라도 씻어낸 후에 끝내고 싶었던 제작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눈물과 땀을 마지막 전국대회 그라운드에 쏟았을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기에 천무야가 좋았고, 그렇기 때문에 천무야에 쓴소리 단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야구광들은 이제 주말의 즐거움 하나를 빼앗기게 됐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꿈의 구장 완공의 몇 달을 더 버티지 못한 것이 더 그렇다. 물론 담당 PD는 꿈의 구장 건립은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천무야가 없어진 마당에 꿈의 구장 완공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완공식 날 상징적인 시합이야 그들끼리 가질 수 있겠지만 그래봐야 씁쓸하고 애잔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무야로서 꿈의 구장 완공을 맞는 그 기쁨과 보람마저도 빼앗긴 것이다. 천무야 멤버들이 꿈의 구장을 위해서 음원을 만들어 배포했고, 단체로 CF에 출연해 그 출연료를 몽땅 기부하지도 않았는가.

일밤의 오빠밴드가 그랬듯이 성장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또 드러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광고수익이 아니라 시청료를 받는 방송국이 시청률 때문에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이 많이 모순되지만 그 모순에 부끄러워 할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이해하려면 이해 못할 처사는 아니다. 공룡방송국이 가지는 일등강박을 생각한다면 그동안도 많이 참은 거라고 너그러이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천무야의 폐지가 KBS 토요 예능의 부활이 아니라 MBC 무한도전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KBS는 유난히 토요일 저녁 예능이 취약하다. 일요일은 강호동, 이경규가 굳건히 지키고 있어 가히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지만 유독 토요일 예능이 그렇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 예능이 1박2일 때문에 경쟁 프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듯이 토요일 역시도 무한도전이 존재하는 한 자생력을 갖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조급증의 일단을 보게 된다.

주말 예능으로써 3%대의 시청률을 뚝심으로 밀고 온 것이 무한도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무한도전이 된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 세월과 뚝심만큼이나 무한도전이 갖는 주말의 기대와 지배력은 뿌리가 깊다. 야구광이 없었더라면 천무야는 1년 7개월이 아니라 7주도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군필 예능이라는 대단히 어이없는 콘셉트의 예능이 얼마나 재미를 줄지는 미리 알 수 없지만 괜한 시도는 오히려 무한도전을 이롭게 할 공산이 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은 없다. 천무야 때문에 야구광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유혹을 어렵게 참아왔는데 이참에 간명하게 정리해준 셈이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이 아닐지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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