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백만 개를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던 SBS <열혈사제>가 떠났다. 그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회를 거듭할수록 근로감독관의 활약이 뜨거워진다. 전직 국정원 대테러 전담반 요원이었던 <열혈사제> 신부님은 조절되지 않는 분노를 화끈한 액션을 앞세워 구담구 적폐 카르텔의 소탕 작전으로 돌렸다. 그리고 조장풍으로 날렸던 전직 유도선수 출신 선생님 역시 한 액션하지만, 그래도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업답게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며 공무원도 얼마든지 '히어로'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해 보이는 중이다.

사제님의 열일로 구원받은 구담시, 이제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 분)의 열일로 구원시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88만원 세대의 슬픔, 그 기원은?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장은미는 휴먼테크의 파견직 사원이다. 오랫동안 취직을 못했던 그녀는 언니에게 잘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회사의 막내 사원인 그녀의 회사 생활은 '지옥'이었다. 2년 동안 제 시간에 퇴근한 적이 손으로 꼽을 정도,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녀가 근무하는 책상 한 귀퉁이 약병들은 그녀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하여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오력'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견디지 못하고 나간 경력직 사원 4명 몫의 일을 해야 했던 그녀, 사무실의 온갖 잡일부터 기획안까지 쉴 틈이 없었다. 일만 많은 게 아니었다. 클라이언트의 변심은 그녀가 일을 못해서라고 사장을 비롯한 사원들은 그녀를 동네북처럼 두들겨댔다. 그래도 오랫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처럼 '여기서 못 버티면 어디 가서 뭘 하겠냐'고 마음을 다잡았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사장은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버티다 못한 그녀는 언니에게 자신을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며 하소연을 했다.

동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고용노동부를 찾은 언니. 하지만 언니가 들은 말은 '노동 계약서'가 없어서 노동자로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법'의 테두리를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견디지 못한, 아니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다못해 접대 자리까지 불려나간 동생은 다음 날 뇌진탕을 일으킨 채 발견됐다.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노동 계약서가 없는 계약직, 파견직 사원. 이 문제를 맡은 특별한 근로감독관 조진갑은 자신들의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변명 반, 그런 적이 없다는 배째라 반으로 나오는 사장의 뻔뻔한 저항에 부딪친다. 이에 조진갑 근로감독관은 알바 노동자 소년들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휴먼테크의 장시간 노동을 적발하는 한편, 휴먼테크를 넘어 원청과 하청의 관계로 휴먼테크에 또 다른 갑이 되는 '티에스'라는 악의 축을 저격한다.

그리고 파견직이라는 이름으로 은미와 같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노동 계약서도 없이 다단계식으로 이 기업 저 기업에 파견하는 파견직 보도방의 비리를 적발한다. 드라마는 오늘날 우리 사회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 문제를 그저 한 직장 내 프레임을 넘어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한다. 대기업에서부터 하청, 재하청을 해가며 결국 그 모든 사업적 부담을 최하단의 파견직 혹은 비정규직에게 업무적으로, 체불임금으로 떠맡기고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액션을 조미료, 근로감독관의 이름으로

하지만 원청 티에스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조진갑에 대해 그의 상관 구원지청장 하지만(이원종 분)은 냉정하게 반대한다. 법대로 하고자 하지만 법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조진갑. 그때 지난 상도운수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한때 제자 김선우(김선규 분)가 동아줄을 드리워준다.

김선우가 고등학교마저 못 마치도록 만들었던 왕따 사건의 주동자 양태수(이상이 분)가 그를 자신의 운전사로 고용하여 다시 한번 사사건건 갖은 괴롭힘과 모멸감을 주는 상황. 김선우는 이제 더는 상도운수 때처럼 물러서거나 타협하는 대신 스스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 양태수에 대한 적극적 복수를 하고자 한다. 즉, 내부고발자가 티에스와 고용 계약서도 쓰지 않은 장은미와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사항을 나누었다는 증거 서류를 '고발'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이렇게 '내부자 고발'이란 카드를 뽑아든 조진갑은 서류를 빼내기 위해 무단으로 티에스에 잠입, 하지만 매달 바뀌는 번호키로 인해 고전하던 중 전처 주미란(이세영 분)에게 들키고 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무실을 방문한 우도하(류덕환 분) 덕분에 위급한 상황을 모면한 조진갑.

티에스와 명성병원의 전산시스템 구축 협약식이 있던 날, 사경을 헤매는 동생에게 병문안은커녕 문자로 해고통지서를 보낸 휴먼테크 사장에게 분노하던 언니를 진정시키는 한편, 구원지청장을 설득해 얻어낸 '체불 임금으로 인한 특별근로감독' 개시를 선언한다. 결국, 파견직 장은미의 눈물을 근로감독관 조진갑의 방식으로 닦아준 것이다.

양태수로 인해 교사직을 잃었던 조진갑, 하지만 이제 근로감독관이 된 조진갑은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싸운다. 김선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양태수를 천덕구가 주먹을 날려 경찰서로 연행되었을 때도, 선생님이던 시절의 분노 대신 비록 거짓말이었지만 양태수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영상이란 딜을 통해 두 제자를 무사히 구제한다. 그리고 이제 비록 그가 애초에 원했던 원청 폭로는 아니지만, 대신 체불임금으로 인한 특별근로감독으로 그가 하고자 했던 티에스의 손발을 묶는 데 성공한다.

주먹을 쥐었지만 그걸 날리는 대신, 근로감독관으로서 '준법적 방향'이란 조금은 에둘러가는 길을 택한 조진갑. 한 방의 주먹보다 ‘법’이란 효율적인 승부처를 택한 그 싸움의 방식이 주는 '사이다',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카타르시스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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