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누가 연결되어 있더라. 언제 무슨 일이 터졌는데 누구 덕분에 무마되었다더라. 출처도, 근거도 불분명한 소문과 소문들은 너무나 손쉽게 기사화되고 사람들의 말에 오르내리며 상처투성이가 되어 추락합니다. 어떤 이는 공개적으로 해명을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어디에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해 속으로만 꽁꽁 앓다가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때는 그랬었다며 이미 딱지가 생긴 옛날 상처를 씁쓸하게 내보이기 마련이죠. 누가, 어떤 의도로 시작했는지를 알아야 싸워야 할 대상, 원망할 대상을 찾을 텐데 이런 소문들은 도무지 그 대상을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사들, 높으신 분들의 입에서 시작된 기사들이 완결된 형태로 결론이 난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나요?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해서 화제를 집중시키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기 일쑤이고, 본래의 발언보다 훨씬 더 축소된 형태, 혹은 전혀 상관없는 결과물이 선보이기 일쑤입니다. 누가 어떤 경로로 말했다며 밝힌 적이 없기에 그 발언에 대해 책임질 필요도 없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어떠한 추궁도 받을 일도 없습니다. 그저 또 하나의 ~카더라, ~이라더라 하는 루머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허무맹랑한 소문일 뿐이죠.
충격적이었던 김성민과 크라운제이의 마약 관련 혐의로 인한 구속 이후, 또 한번 이런 류의 소문들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김성민의 입으로 10여명의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는 둥, 범행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옛 여자 친구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둥 하는 지극히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들이죠. 기사가 유포되자마자 수많은 이들이 과연 그 10명은 누가 될 것인가, 여자친구는 누구였을까 하며 추측과 의심의 눈으로 그의 주변 사람들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심정을 비롯한 가족들의 반응을 전달하기도 하고, 그의 출연분과 과거 행적들을 탐색하며 작은 힌트라도 찾아내려 노력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게 도대체 무슨 짓들인 거죠?
수사 과정 중에 있었던 어떠한 사실도 외부로 누출되는 것은 피의사실 공포라는 위법 행위입니다. 무죄 추정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증폭시킴으로서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의 인격과 권리를 짓밟는 행위이죠. 하지만 이런 당연하고 상식적인 원칙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상한 특권을 알아서 지켜주려는 언론사 기자분들의 불필요한 열정과 높으신 분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너무나 쉽게 무시당하고 무너집니다. 그렇게 망가뜨리고 나서 이들이 책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김성민의 리스트가 포함하는 진실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현재 아무도 모릅니다. 어차피 법정에서 그 죄상이 명명백백하게 들어날 사실이고, 그를 향한 질타와 비난은 그 이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반드시 팬들의 사랑과 기대를 저버린, 그리고 자신의 몸을 가볍게 생각하며 추악한 유혹에 굴복한 잘못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유포하고, 그런 소문에 달려들어 또 다른 추측으로 엉뚱한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문제를 확산시키는 행위 역시 중단되고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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