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확실한 것은 총선 전에 (자유한국당과) 함께 한다"며 사실상 한국당행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뒤늦게 당장 한국당에 입당할 계획은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한국당으로 향할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간을 돌려 이 의원의 정치여정을 돌아보면 '이적'이라는 단어로 설명 가능한 상황이다.

2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이상돈 의원은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 중 이언주 의원의 21대 총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으로 가서 부산 영도에 공천 받으면 제일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은 "참 우습다, 민주당에 있을 때는 경제민주화의 일종의 기수였고 최근에는 박정희 예찬론을, 통합포럼인가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을 제일 먼저 주장했다가 지금은 제일 먼저 탈출해서 한국당으로 간다"고 꼬집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이상돈 의원의 말 대로 이언주 의원의 정치 여정은 '이적'의 연속이다. 이 의원은 2012년 민주당 중도성향 정치신인 모임인 '희망코리아정치연대'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희망코리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민주당 시절 외부 정치신인 수혈을 위해 조직한 그룹이었다. 당시 이 의원의 영입과 선거운동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언주 의원은 원래 보수성향"이라며 "손학규 대표를 따라왔는데 아마 성향이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 을에 전략공천돼 당선됐다. 경기 광명은 손학규 대표가 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곳이다. 2016년 4·13 총선에서도 손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양측의 지지선언을 거부한 상황에서도 이 의원의 선거운동은 적극 지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약 1달 후인 2017년 4월 이언주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이 의원은 당시 "과거부터 나와 함께 했던 동지들은 다 국민의당에 있다. 실질적으로는 그곳이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라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7년 5·9대선에서 이언주 의원이 지원한 안철수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게도 밀린 3위에 그쳤다. 대선 후 국민의당이 증거조작 사건, 전당대회 잡음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던 2017년 9월 20일 국민의당,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과 '국민통합포럼'이 출범했다. 이 의원도 이 포럼의 일원이었다.

다음 날인 2017년 9월 21일 이언주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의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정책적인 내용을 보면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중도와 개혁적 보수, 중도보수 세력들이 함께 공통된 정책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책의 실현가능성을 배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과정에서 통합 찬성파로 활동하며 바른미래당 창당에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추진협의체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과 함께 활동했다.

그리고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토론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적'이라고 극찬하면서 '보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의원은 "대통령제라는 것은 현대판 황제다. 현대판 황제가 되려면 외교, 국방, 경제까지 완벽하고 전지전능하게 알아야 한다"며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좀 받지만, 박정희 같은 분이 역대 대통령 중에는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이미 지난해 한국당으로 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현호 한국당 청년비상대책위원이 이끄는 청년바람포럼에 특강 강사로 나섰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특강에 나서기에 앞서 이 의원은 "한국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내가 갔을 때 '윈윈'할 수 있다는 이야기, 진정한 우파로 거듭나자는 이야기 등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손학규 대표는 자유한국당 성향의 발언을 일삼는 이언주 의원을 향해 "당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에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손 대표는 항상 바른미래당이나 자신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너무 폐쇄적이고 기득권에 연연하는 자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손학규 대표를 비난하다 당원권 정지도 당했다. 이 의원은 보수 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 등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5일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19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자유우파 필승대전략' 출판기념회 대담에서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이 오라고 해야 내가 가는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이) '이제 와야지'라고 한 마디씩 하면 저는 '아유 그럼요'라고 답한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 입당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20일 "당장 한국당 입당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도가 쏟아졌지만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까지 강조했듯이 당의 경계나 여의도의 기득권을 버리고, 문재인 정권의 국가 파괴 행위를 함께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2일에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후보로 부산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총선에서 격돌하게 될 경우 승리를 확신했다. 이 의원은 부산 영도 을에서 한국당 공천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아직 많이 남은 얘기"라면서도 "조국 수석이 부산에 나오기 때문에 붙어야 된다. 저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을에 이언주 의원이 한국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설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김무성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며, 지난해 11월 이 의원의 부산 영도 을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뜻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상의하면 잘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이미 이언주 의원이 부산 영도 을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친박 성향의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의원의 자리가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1일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다음 총선 김무성 의원 지역구에 이언주 의원을 출마시킬 것이란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이 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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