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2011 아시안컵 준비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7일 오전, 본선에 뛸 47명의 예비엔트리가 발표된 데 이어 서정원 코치가 영입되고, 기존의 박태하 코치가 수석코치로 승격하는 등 아시안컵을 앞두고 어느 정도 팀 정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13일, 국내파와 일본 J리그파를 위주로 제주에서 모여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하는 조광래호는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로 이동해 두 차례 평가전을 가진 뒤 내년 1월 10일, 바레인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반세기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장을 던지게 됩니다.

이번에 발표한 47명 예비엔트리는 말 그대로 최정예 멤버들 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총집합시켜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의지가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조 감독은 “아시안게임이나 K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과정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앞으로 굉장히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다수 포함시켰다”면서 이번 엔트리에 대한 발탁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손흥민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때 좋은 활약을 보인 10명의 신예 선수들이 대거 포진됐는가 하면 K-리그에서조차 크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일부 포함돼 눈길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선수들 가운데 23명 최종엔트리에 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13일부터 치러지게 되는데 과연 어떤 선수들이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 아시안컵 대비 제주 전지훈련 명단발표에서 조광래 감독(가운데), 브라질 출신 가마 코치(왼쪽부터), 박태하 코치, 서정원 코치, 김현태 코치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첫 단추를 꿴 셈이 됐지만 과연 한 달이라는 주어진 시간동안에 선수들이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완전하게 적응하고 대회에 나설지는 알 수 없습니다. 조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나이지리아전을 제외하고는 이란, 일본과의 경기에서 명쾌한 우승 해법을 찾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었는데요. 이청용, 기성용 등 해외파 선수들조차 조광래 감독의 축구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은 잘 안 따라준다', '만화 축구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과연 짧은 시간 안에 좋은 기량을 갖춘 최정예 선수들에 조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 전술을 잘 이식시킬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비록 예비엔트리이기는 해도 조금은 뭔가 위험 부담이 큰 선수 구성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아시안컵이 한국 축구에 주는 의미는 엄청납니다. 남아공월드컵 후 7개월 만에 메이저급 국제 대회에 출전해서 어느 정도 아시아 최강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중동이라는 땅에서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자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51년 동안 단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한 우승컵을 주요 대회에서 잇달아 발목을 잡은 중동에서 들어올린다면 그만큼 의미하는 바는 남다른 면이 많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갈 조광래호에도 엄청난 쾌거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 아시아 축구 정상 국가로서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해 '돈도 벌고, 경험도 쌓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는 '유무형적인 자산'도 얻을 수 있습니다. 월드컵 후 아시아 축구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번 대회인 만큼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대회로 반드시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시험해보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 대표 발탁 반년도 채 안 됐던 이승렬, 김보경이 최종엔트리에 들어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 큰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부여해서 남다른 각오를 다지게 하는 것도 선수의 장래성, 가능성 등을 비춰보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과해진다면 오히려 본질적인 목표였던 우승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춰본다 해도 해외파까지 합류해 적응하기까지는 2주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데 아직 전술적인 이해, 성숙도가 덜 한 가운데서 경험이 적은 신예들이 투입되는 것은 전력 완성도 면에서 이전 이란, 일본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되는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선수를 발탁하고 발굴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를 추구하는 축구에서 몇몇 가능성만 보고 너무 많은 신예들이 중용되는 것은 아시아 정상 타이틀이 걸린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맞지 않다고 봅니다.

유럽파 및 중동에서 뛰는 주축 수비수 전원을 대표팀에 포함시킨다고 보면 남은 열다섯 자리에 30여명의 선수들이 경쟁을 하게 됩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추리겠다고 했는데 어떤 선수들이 발탁될지는 이달 말은 돼야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아시안컵의 주요 포커스가 세대교체에 맞춰져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입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4년을 내다보고 운영될 조광래호에게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과도한 세대교체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세대교체를 하면서 이들과 경험 있는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 4년 뒤에 치를 브라질월드컵을 미리 맛본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대회를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본선 출전국들이 이전 아시안컵과는 달리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게 될 것이고, 특히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한 중동 국가들이 이번 대회를 벼르고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해보면 오히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진정한 아시아 최강국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시안컵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가운데서 진정으로 우승을 목표로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술, 그리고 적절한 선수 발탁이 지금으로서는 필요할 때입니다. 확실한 목표 설정으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 때와 같은 신선함과 한국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축구를 이번 아시안컵 때만큼은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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