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의 차이는 있어도 다시 찾아온 다섯 번째 봄에 모두가 슬퍼했고, 애도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모두는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SNS를 통해 국민들의 엄숙한 세월호 추모분위기에 폭탄을 던졌다. 그 표현은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참담한 단어들이다. 시민들은 분노했고, 언론도 심각하게 소식을 전했다.

“인간이길 포기했다” “소시오패스의 모습”

차명진 전 의원(자유한국당 소사구 당원협의회 의장)을 향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논평이었다. 이처럼 야당들도 최대 수위의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서둘러 사과했다. 또한 19일 해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물론 이 징계 발언에 대해 믿기는 어렵다.

세월호 5주기에 ‘막말 파문’…끊이지 않는 ‘혐오의 언어’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징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논의’하겠다는 표현에서 사과의 진정성은 드러난다. 물론 19일에 징계 논의는 될 것이다. 5·18 망언 3인방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핑계 뒤에 숨은 채 징계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의미 있는 징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차명진 전 의원이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글에는 황교안 대표에 대한 뜨거운 충성심이 넘치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논란이 된 글을 삭제하면서 사과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해명이 또한 가관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차마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막말을 쏟아 부은 이유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과글을 올리기 1시간 전에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역시 SNS에 받은 메시지라면서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망언을 올렸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은 이 글에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논란 속에서 국회에서 열린 ‘제8회 국회를 빛낸 바른정치언어상’ 시상식에서 정진석 의원이 ‘품격언어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막말 던져놓고 징계 논의…한국당, 반복된 5년의 '패턴'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 5·18 망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산 의원들에 대해서 징계를 하지 않고 있다. 징계위가 열렸지만 전당대회를 핑계로 징계를 미뤘고, 전당대회가 지나도 여전히 징계는 실종된 상태다. 여론이 나빠지면 징계하는 시늉을 하지만, 실제 징계의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세월호 막말에도 윤리위를 열겠다지만 실제로 징계가 될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그런 징계 의지 없음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조건문’ 사과를 통해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나 원내대표는 “유가족이나 피해자분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합니다”라고 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이고 마지못한 발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논의는 하겠지만 징계는 믿을 수 없는 것이다.

JTBC <뉴스룸>은 이번 일에 대해서 ‘막말 던져놓고 징계 논의...한국당, 반복된 5년의 패턴’이라는 기사를 냈다. ‘막말-사과-징계논의’까지만 이뤄지고 결론이 없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의 징계 약속은 단지 뜨거워진 여론을 식히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 이번 세월호 막말에 대해서도 징계를 하겠다지만 ‘쇼’로 끝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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