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숱한 화제를 만들어냈던 1박2일에 관한 관심사들은 방송의 내용과는 별개의 것들이었습니다. 매주 논란의 대상이었던 김종민에 대한 의혹과 불만들, 오랫동안 끈질기게 이어진 누가 새로운 제6멤버로 적합한지에 대한 품평과 추천, 그리고 섭외 공개로 화제로 떠올랐던 윤계상의 합류 여부와 빠른 고사 등등이었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문제는 윤계상의 섭외 때문에 생긴 1박2일의 황제, 이승기의 하차를 짐작하는 예상과 혹시나 하는 우려였었죠. 그의 존재는 단순한 한 연예인의 프로그램 하차가 아니라 현재 1박2일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사라져 버린다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승기의 하차를 의심하는 이유는 나름 타당해 보입니다. 제작진이 섭외를 시도한 윤계상의 캐릭터가 훈남에 허당인 이승기와는 겹친다는 것. 가수는 물론 특히나 전쟁 같은 촬영 현장을 지켜야 하는 배우로서의 점점 더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승기에게 고정적으로 2일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체력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1박2일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이제 졸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강심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강호동과의 강력한 유대관계 이외에도 또 다른 이들과의 협업으로 지금의 장점들을 배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어떨까 하는 권유. 모두가 따로 생각한다면 그럴듯한, 어쩌면 정말 이승기가 1박2일에서 하차할 것만 같은 지적들이죠.

하지만 이런 하차설은 지금의 1박2일에게는, 그리고 이승기에게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생각입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이유를 애써 외면하고 있거나, 이승기라는 존재가 1박2일에서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과 상징성을 지나치게 가볍게 무시하는 언급이죠.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1박2일에서 이승기의 역할과 활약이 중요한 시기는 없어요. 그에게도 이번 기회가 인간미와 성실성이란 자신의 최대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구요.

김종민의 합류와 김C의 하차, MC몽의 퇴출에 이르는 멤버 교체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출연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와 호감에 상처가 났다는 것입니다.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일반인의 한 사람처럼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과의 거리를 줄여주던 김C가 사라지고, MC몽이 불미스러운 의혹에 휩싸이면서 1박2일은 그들 최고의 장점인 사람 냄새나는 버라이어티라는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기존 멤버인 강호동과 이수근은 억지를 쓰거나 짓궂은 개그코드를 가지고 있기에 사람에 따라 선호가 갈리는 아쉬운 단점을 가지고 있고, 은지원의 초딩스러움은 따스함이나 인간미와는 거리가 먼 장점입니다. 자기 앞가림도 힘겨워하는 김종민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구요. 결국 지금 1박2일에서 호감과 인간미를 책임지는 버팀목은 이승기입니다. 너무 과중하다 싶을 정도의 절대적인 존재감이죠.

이런 집중과 부담은 이승기에게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사랑받는 성실하고 착한 막내 동생으로서의 이미지는 이 청년을 전국구 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자산이니까요. 그것이 억지로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면 모르겠지만 1박2일은 그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그냥 평범한 청년 이승기의 매력을 뽐내는 자리입니다. 여전히 성장가능성이 많은 이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급작스러운 변화나 방향의 전환이 아니라 최고의 매력을 꾸준하게 발산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받침대에요. 그가 각종 드라마 촬영의 힘겨운 일정에서도 1박2일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은 무척이나 현명한 선택입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불안한, 겨우 안정을 향해 가고 있는 5인 체제. 후속 멤버 섭외마저 부담감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존재감의 이승기가 하차해버린다면 그것은 1박2일의 틀 자체를 망가뜨려버릴 위험마저 있습니다. 김종민의 끝이 없는 부진과 부적응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멤버 교체가 아닌 그의 성장과 적응을 기다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요. 누가 오더라도 엄청난 기대와 부담감을 등에 업으며 적응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할 터인데, 그 대체 자리가 이승기가 되어야 한다면 그 압박은 어떠할까요? 아니 아무리 비슷한 캐릭터의 사람이 후보군에 있다 해도 현재 1박2일에서의 이승기를 대체할 만한 존재감과 호감을 가진 스타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뭐 사실 이런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번 주 방송에서 부산 시내를 거닐 때마다 엄청난 호응과 함성을 이끌어낸 이승기의 존재감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죠. 각기 5개의 광역시로 흩어진 멤버들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한 인물은 1인자 강호동도, 예능 대세라는 이수근도 아닙니다.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런 인기와 사랑을 만들어준 프로그램. 이 둘의 관계는 여전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단짝입니다. 어설픈 하차설 따위는 전혀 끼어들 수 없는, 이승기와 1박2일은 여전히 완벽하게 어울리는 조합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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