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말처럼 그렇게 위대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사방의 조소와 힐난 속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탄생을 맞았다. 어떻게 보면 위대한 탄생이 아닌 위태한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위대한 탄생 최후의 일인은 물론이거니와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본선무대에 오를 핵심 참가자들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들 또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3억 원의 상금과 그에 따르는 엄청난 부상들로 인해 자연 관심을 가지만 이미 슈퍼스타K를 경험한 후라 아무래도 김빠진 탄산음료 같을 거란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슈스케의 미망 때문일까. 위대한 탄생은 좀 더 색다른 혹은 차원이 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어차피 오디션 응모자 수를 굳이 밝히지 못하는 위대한 탄생이지만 여전히 스케일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바로 글로벌 오디션이라는 옵션을 추가했다. 해서 미국, 일본, 중국 등 5개 국가에서 오디션을 개최해 그중 몇 명을 본선에 참가시키는 것이다. 그 정도로 과연 세계적이라고 해도 좋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문제는 참가자들의 퀄리티가 보장되느냐에 대한 것이다.

한류가 드라마로 시작되어 최근의 걸 그룹 신한류까지 꺼지지 않고 아시아를 범람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한국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구조건을 충족할 만한 저변을 확보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미 2년이나 슈퍼스타K가 휩쓸고 간 국내에서 본 얼굴 또 보여줄 수 없는 위대한 탄생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겠지만 의외는 항상 존재하기에 해외 오디션을 통해서 정말 눈을 확 뜨게 해줄 강력한 신인의 출현이 있다면 그 자체로 위태함을 딛고 위대한 탄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우려와 기대 속에 공개된 일본 오디션은 우려한 대로 전반적인 수준이 높지 않았다. 글로벌 오디션 5개국 중에서 가장 먼저 일본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한류의 파고가 높기 때문이지만 참가자 중 누구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일이 없고, 노래 실력 또한 슈퍼스타K를 뛰어넘을 혹은 그 기억을 자극할 만한 강력한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일본 오디션이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대상자들이 대부분 한국 유학생이라는 것도 글로벌 오디션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 3명에게 한국 본선 참가자격을 주기로 했던 애초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1장의 티켓은 누구에도 주지 않고 도로 가져오고야 말았다. 그 정도로 한류 1번지 일본에서의 오디션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가까운 결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가 본래의 TOP10인데도 고심 끝에 한 명을 더 늘린 것과는 아무리 예선이라지만 첫 스타트가 그다지 깔끔하지는 못한 결과이다.

다만 일본 오디션의 전반적인 저조함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참가자가 있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참가한 적도 있으며 2009년 미스 재팬 진에 오르기도 했던 재일동포 권리세이다. 미스 재팬이라는 후광도 만만치 않지만 19살의 어린 나이에 춤을 물론 노래 실력 또한 남달라 보였다. 흠이 있다면 발음의 문제였다. 그러나 발음이야 얼마든지 노력으로 커버될 수 있는 문제니 결정적인 단점을 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 단점보다는 일본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제작진이 미리부터 자료를 만들어 놓을 정도로 주목 영순위의 자질을 갖췄다.

미스 재팬 진에 올랐으니 미모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것이며 노래 또한 오디션을 통해서 최고까지는 아니어도 일정 수준을 가졌음을 증명했다. 게다가 3년 전 아버지를 잃은 아픔까지 하나의 휴먼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충분한 히스토리까지 갖췄다. 아직 권리세는 한국 본선 무대에 오를 아주 많은 참가자 중 하나일 뿐이지만 위대한 탄생이 첫 번째 글로벌 오디션을 일본으로 선택한 데는 한류도 그렇거니와 권리세라는 주목받을 만한 참가자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슈퍼스타K에서 최종 2인자가 되어 어떤 측면에서는 우승자 허각의 인기를 뛰어넘고 있는 존박이 있었던 것처럼 권리세는 위대한 탄생의 여자 존박이 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고 또 그럴 소질을 충분히 가졌다. 그렇게 되는 것이 권리세 본인과 위대한 탄생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일단 방송 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면 높은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아직은 폭풍 같은 이슈가 되진 못했지만 그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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