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가 대국민 오디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MBC 김재철 사장의 "왜 MBC는 슈퍼스타K와 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냐?"는 질책 속에서 급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지상파가 케이블의 프로그램을 모방하여 아류작을 만든 것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슈퍼스타K가 워낙에 큰 인기를 얻고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과연 그 이상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MBC는 지상파의 자존심도 잠시 뒤로한 채, 그런 비난과 부담감 속에서 위대한 탄생 방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MBC라면 뭔가 차별화를 시키면서, 지상파의 장점을 살려 보다 더 공정하고 진정한 가수다운 가수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난 11월 5일 첫 방영에서 MC 박혜진의 진행 아래 신승훈, 방시혁, 김윤아, 이은미, 김태원 5명의 멘토를 공개함에 따라,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와는 달리 단순히 평가 위주의 심사보다는 참가자의 재능을 이끌어내면서 점점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잘못된 기획과 엉성한 연출, 지루하기만 했던 위대한 장기자랑

그러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월 3일 방영분을 보니까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이날 방영분에서는 일본 오디션 장면이 보여졌는데요. 기껏 슈퍼스타K를 견제하며 차별화 시키고 주목받아보고자 한 기획이, 실속 없이 규모성만 강조한 글로벌 오디션이었나 하는 생각에 정말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일 친선교류전도 아니고 태극기와 일장기를 좌우로 크게 걸어놓고 진행된 일본 오디션은, 몇 명의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마치 장기자랑을 보는 듯 했습니다. 유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한국에서 직접 일본으로 와 오디션을 진행한다고 하니까,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을 동경하고 막연히 가수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래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는 가수가 되기 위한 노력과 준비보다는, 그저 즐기고 K-POP을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심사위원들은 장기자랑 수준에 기가 차고, 참가자들은 즐기러 나왔는데 싫은 소리만 듣고 맘 상해 돌아가는 어색함만이 남았는데요. 심사위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커녕 수준 낮은 참가자들을 보며 난감해 하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오디션이라 함부로 할 수도 없어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 뒤로 관객들을 앉혀놓고 공개되고 오픈된 공간에서의 심사를 함으로서 그 어색함은, 정확한 심사를 하기 위함인지 단순히 일회성 행사 오디션쇼를 기획한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서 방시혁의 어설픈 독설로 이승철 따라잡기는 참 생뚱맞기도 했는데요. 분명히 그런 캐릭터가 심사위원 중에는 꼭 있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솔직히 방시혁은 그런 캐릭터가 참 어울리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엉성한 연출 역시 보는 내내 지루함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참가자들에게서 뽑아낼 분량들이 많이 없었다고 하지만, 다음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되새김질 하는 자막과 반복 영상, 쓸데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다 뒤로 갈수록 빨리감기를 보는 듯한 편집까지 참 엉성하기만 했습니다.

위대한 탄생, 기획 의도는 좋지만 나머지 98%가 아쉽다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와는 달리 단순히 거듭되는 평가만을 위한 심사보다는 멘토를 통해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아내고, 20주 시즌제로 구성하여 내년 4월까지 5개월에 걸쳐 성장하고 빛나는 보석으로 키워내겠다는 취지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래서 진정 가수다운 가수를 발굴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도 만들어 주었는데요.

하지만 원석을 발견해내고 5개월 안에 키워내야 한다는 조급함과 슈퍼스타K 이상으로 돋보이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을 배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방시혁은 아예 심사기준으로 방송 기간 안에 빛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 오디션을 통해서 뽑힌 권리세와 백세은 두 명의 참가자 역시 단순히 실력보다는 상품성과 외모가 많은 가산점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 미스 진 권리세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뽑은 결정적인 이유가 생뚱맞게도 열정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단순히 춤을 잘 춘다고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닌데, 치명적인 발음이라 걱정하던 권리세를 첫 번째 합격자로 뽑을 만큼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열정이 돋보였는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방시혁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프로 같은 가사로 놀라움을 주었던 박지연에게, 평범한 스타일을 지적하며 캐릭터를 잡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데요. 이때 싱어송라이터가 노래하고 음악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궤변에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의 캐릭터는 노래와 음악적 색깔로 인해 결정되기 마련인데요. 단순히 외형적으로 가죽바지에 긴머리를 길렀다고 락적인 캐릭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그런 방시혁의 질문에 박지연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모습으로 외형을 바꾼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만들어 부른데도 거짓된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한다는 대답을 하는데요. 그런 방시혁이 원치 않는 대답 때문인지 결국 최종 합격자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그리고 방시혁이 저음에서 울컥했다는 박자영의 경우 슈퍼스타K에서 탈락했던 김보경과 똑같이 고음에서 나쁜 버릇이 있다며 지적하고 결국 탈락했는데요. 방시혁 역시 JYP에서 박진영과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서로 가수를 보는 관점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발 그것이 프로듀서가 맘대로 하기 좋은 가수를 뽑기 위한 관점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위대한 탄생에게 바란 것은 눈요기가 아니라 목소리가 주는 감동이다

저는 차라리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와 확실히 차별성을 두기 위해, 상금규모를 두 배로 늘이고 단순히 규모만 키워 졸속으로 진행된 글로벌 오디션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가수다운 가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나갔으면 어떨까 싶은데요. 아예 파격적으로 첫 심사에서부터 외모적인 편견을 버리기 위해, 적어도 1차 심사에서 만큼이라도 장막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로만 심사를 하고 선정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본 오디션의 최종 합격자 역시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진정 노래하는 가수와 폴포츠 같이 목소리로 감동을 주는 가수를 뽑는 것이 목표였다면, 싱어송라이터로 가장 뛰어났던 박지연과 7전8기의 가수 꿈을 버리지 않고 저음에서 방시혁이 울컥했다던 박자영, 마지막 참가자로 까불지만 목소리가 참 좋았던 이케다 유우헤이가 뽑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박지연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보다 전문적으로 키워볼 여지가 있고, 박자영은 고음만 다듬으면 슈퍼스타K에서 김보영과 같이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케다 유우헤이 역시 타고난 목소리가 돋보이기 때문에 야생말을 길들이는 것처럼 가르치고 관리를 하면 꽤 괜찮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전문가가 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뽑은 두 사람이 어떻게 변해갈지 두고 봐야겠지요. 아무튼 이미 백세은이야 밴드 보컬을 하고 있는 터라 노래를 하겠지만, 권리세의 경우 어눌한 발음이 치명적인데 결국 외모와 춤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가수는 무엇보다도 노래가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위대한 탄생에서는 그것을 간과하지 말고 기획의도를 잘 살려 진정한 가수를 키워냈으면 좋겠네요.

결국 시청자들이 위대한 탄생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눈요기가 아니라 바로 목소리로 느끼는 감동이니까 말이죠.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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