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은 방송사 메인 뉴스 가운데 '유일'하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포탄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 그랬던 KBS가 어제(2일)는 또 '유일'하게 송영길 인천시장이 연평도 학생들에게 기부금으로 옷을 사줘 구설수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KBS 보도국만 내린 '유일'한 판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유일무이한 KBS라고 할 만하다.

군미필의 집권 여당 대표가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안보쇼'를 벌여 해외토픽을 장식한 아이템보다 기부금의 도움으로 연평도 학생을 도와놓고는 정작 생색은 인천시장이 냈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는 곳이 KBS 보도국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 포격이후 벌써 2번이나 KBS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는데, 이것이 동북아 시대의 인천의 중요성을 감안한 각별한 선택인지 그저 얻어걸려 그렇게 된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다.

▲ 2일자, KBS <뉴스9> 7번째 리포트
뿐만 아니다. 연평도 포격 이후 KBS의 보도는 부쩍 MBC와 SBS를 멋쩍게 하는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어제(2일)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 관한 리포트만 보더라도 그렇다.

관련한 KBS의 보도는 <"K-9 10여발 무도 진지에 떨어져">였다. 앵커는 "연평도 도발 때 북한군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한 80여발 가운데 10여발이 무도 진지 안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세상은 나머지 70발이 어디로 갔는지에 분통이 터졌지만, 공영방송 KBS는 10발이 맞았으니 만족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들과 함께.

KBS와 똑같은 위성사진을 본 MBC가 <위성사진공개 북 피해 별로 없다>는 리포트를 헤드라인으로 올린 것에 비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MBC는 "포탄 일부가 북한군 막사 주변에 떨어진 흔적이 확인됐지만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BS와 MBC는 어제 같은 사진을 봤되, 다른 공격을 본 셈이다. 관련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올린 SBS 역시 "14발이 논두렁에 떨어졌다"며, 왜 명중률이 낮았을까를 묻는 리포트를 후속으로 내보냈다.

행여, KBS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 다른 보도가 무엇이었는지도 설명해줘야겠다. KBS 역시 우리 군의 판단이 안이했고, 말로만 대응은 참담했다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런데, 유난히 그렇게 보였는지 몰라도 그 리포트는 전혀 다른 것은 건드리지 않고 이미 물러나기로 한 김태영 국방장관만 양껏 조지는 모습이었다.

유일함이 2번이나 겹치고, MBC와 SBS의 헤드라인을 단박에 물 먹이는 남다른 판단을 한 KBS <뉴스9>이지만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지런한 KBS 정치부 기자들은 상임위에서 벌어진 몸싸움 현장도 놓치지 않았다. 국토해양위에서 4대강 예산 기습 통과를 두고 벌어진 상황을 KBS는 아주 자세하게 전했다. 단, 유념할게 있다. 리포트에 앞선 앵커의 멘트에 따라 감상해야 한다. 앵커는 "국회법이 정한 새해 예산안 심사 법정기일 입니다만, 여·야는 8년째 정권을 넘나들며 법을 어겼습니다"라고 했다. 리포트에 앞서 '예산안 통과=합법, 저지=불법'의 화면 해설 가이드라인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어제, 국토해양위에서 몸싸움이 발생한 이유는 수자원공사에게 특혜를 주는 친수법의 문제와 함께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이 ‘단 한 장에 92건의 안건을 상정합니다. 제안 설명과 검토보고서는 서류로 하고 이상 없죠? 폐회입니다.’라고 위원회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파악한 야당 의원들이 반발한 것이다. 하긴, 그러한 본질적 사실이 야당과의 '활극'을 중요시하는 KBS 기자들에겐 별로 중요치 않았겠지만 말이다.

▲ 2일자 KBS <뉴스9> 23번째 리포트
국토해양위 몸싸움 리포트 다음에 배치된 아이템도 아주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렇게 난장판 싸움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위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은 다 챙겨갔다는 것이다. 무려 KBS의 '단독' 보도이다. 이 단독 보도의 결론은 이렇다. "특히 민주당은 4대강 예산 삭감에 당운을 걸고 있는데도 일부 의원들은 자기 지역의 하천 정비를 위해 수십억 여원의 예산을 증액 시키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당 나빠요'이다.

KBS 국회 취재반의 악명은 이미 살벌하다. 혹자는 '깡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몇 달 전, KBS 야당 반장은 최문순 의원을 향해 “X만한 새끼”라는 욕설을 했었다. 아무리 국회의원이고 취재원이라도 사장에게 난처한 질문을 하면, 물불 안 가리고 바로 육탄방어에 돌입하는 열혈남아로 유명하다. 한 차장급 카메라 기자는 아예 사장에게 불리한 회의 내용을 짜깁기하기도 했다. KBS 국회 취재반은 얼마 전 동료 기자들로부터 ‘공동 취재 2개월간 제외’의 징계를 받았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떡밥'을 '드립'해주는 KBS <뉴스9>이 있어줘서, 미디어비평지 기자를 하기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내부 민주주의가 철두철미하여 아무런 조직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채 우수한 품질의 보도와 프로그램만 쏟아냈다고 하면 아이템을 찾지 못할 나는 얼마나 바지런한 시간을 보냈어야 했을지 아득하다. 문득, 종편이 생기면 또 얼마나 더 많은 '떡밥'이 '무한드립'될 것인가를 생각하니 새삼스레 기분이 다 울적해지려고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