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기대와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022년 월드컵 유치 꿈을 이루지 못하면서 훗날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3일 새벽,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회 투표에서 한국은 3차 투표까지 올라가는 선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물량 공세'를 벌인 카타르에 밀리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당초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카타르가 냉방 경기장과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각종 주요 시설들을 내세우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FIFA 집행위원들에 먹혀들면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고 중동 첫 월드컵 개최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반면 한국은 막판 연평도 포격 등의 악재가 덮치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개최권 획득에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비록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그동안 달려온 행보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선전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든 일본, 호주를 제치고 3차 투표까지 올라간 것은 약 2년이 좀 안 되는 기간 준비한 것을 감안하면 잘 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최국 투표일이 돼서야 언론을 통해 크게 부각되고 대중들의 관심도 많았을 만큼, 그동안 이상할 만큼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준비된 유치위원회 차원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왕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또 한번 유치할 수 있다는 축구계 내부적인 포부, 자신감이 묻어있었기에 도전한다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봤습니다. 역대 월드컵을 두 번 연 나라가 독일(1974,2006),이탈리아(1934,38,90), 멕시코(1970,86), 브라질(1950,2014년 예정) 등 어느 정도 사례들이 있었고 확실한 명분과 강점을 내세워 잘 움직이기만 한다면 또 한번 월드컵 유치를 통해 축구붐을 조성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기 때문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10개 경기장이 건립되고, 우수한 훈련장이 잇달아 세워지면서 유소년 축구, 여자 축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서히 발전이 이뤄진 면도 또 한 번의 월드컵 개최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대외적인 상황뿐 아니라 내부적인 악조건을 견뎌내면서 유치위원회는 달리고 또 달려야 했습니다. 워낙 국내에서 관심이 적다보니(관련 글 http://blog.daum.net/hallo-jihan/16158394) 무관심 속에서 대회 유치를 준비하는 아픔을 맛봐야했고, 정부나 정치권, 기업 역시 '20년 만에 월드컵 유치보다 한 번도 유치하지 못한 평창 동계올림픽에 더 올인하자'는 인식이 강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축구계 내부적으로는 한 번 더 월드컵 유치를 통해 축구 발전을 이루고 국민 통합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미온적인 관심과 반응은 유치 열기를 띄우고 뭔가 박차를 가하려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막판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 소식도 하나의 큰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월드컵이 실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명분과 다소 맞아 떨어지지 않는 면이 나타나면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숱한 고비를 딛고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까지 좋았지만 이를 확실하게 뒤집을 만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면서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 역시 이를 역발상해서 뭔가를 돌파해보려는 시도를 한 것은 좀 신선했다는 평가를 해볼 만했습니다.
온갖 악재와 무관심 속에서 월드컵 단독 개최를 위해 축구계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던 일본과 첫 유치 도전을 한 호주를 제치는 '소기의 성과'를 냈습니다. 유치 실패에 대해 책임 소재를 묻고, 온갖 분석을 떠들어대는 것보다는 그동안 무관심 속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얻은 새로운 희망과 교훈을 통해 우리 축구계가, 나아가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축구계의 질적인 발전, 스포츠의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선을 다한 유치위원회, 축구계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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