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인 로버트 할리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여러 언론이 할리 씨의 마약 사건에 대해 보도한 가운데 뉴시스는 하 씨의 성적 취향까지 보도의 소재로 활용해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뉴시스 보도는 삭제됐지만 많은 언론은 뉴시스 보도를 인용해 '동성애'에 방점을 찍은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인권보도준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9일 밤 뉴시스는 <몰몬교 신자가 마약까지, 로버트 할리 부끄러운 민낯> 기사를 게재했다. 뉴시스는 기사에서 "몰몬교 신자로 알려진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 씨가 과거 마약 투약이 의심되는 당시 동성과 불륜행각까지 벌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하 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된 남성 마약사범 A씨가 "하씨와 연인관계로 함께 마약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뉴시스는 이를 근거로 "몰몬교는 동성애를 부정하는 보수 성향의 종교로 불리운다"며 "하씨의 경우 몰몬교 신자로 해당 종교에서 금기시하는 마약과 동성애를 동시에 하는 등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인 마약 사건과 관계 없는 할리 씨의 성적지향과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비하하는 표현 등의 잘못된 개념의 용어 사용에 주의하고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으며,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재 뉴시스 보도는 삭제된 상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보도에서 범죄행위에 성적지향을 더할 이유는 없다. 이런 보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폄훼"라며 "명백하게 잘못된 보도"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성적 지향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마약을 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동성애, 불륜 등을 부각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동성애라고 단정지은 부분부터 문제가 있다. 일방의 주장을 그대로 실은 것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맞다고 하더라도 인권보도준칙에 이미 성소수자인권에 대한 준칙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보도"라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이 사건에서 성적 지향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보도에서는 마약 투약 혐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보도는 10일 오후 삭제됐지만 많은 언론이 뉴시스 보도를 토대로 어뷰징에 열중하고 있다. 기사를 작성 중인 10일 오후 2시 23분 현재 20건의 기사가 로버트 할리 씨의 성적 지향을 소재로 삼은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 성소수자 혐오성 기사들이다.

한국경제는 <몰몬교 신자 로버트 할리, 마약 혐의도 충격인데 동성행각 포착>, <로버트 할리, 타락한 몰몬교 신자…동성연인과 마약 투약 '지혜의 율법 어겨>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매일경제는 <로버트 할리 공범, 연인 관계?…마약 이어 동성애 논란까지 '충격의 연속'>, 헤럴드 경제는 <"로버트 할리와 동성애 관계" "함께 투약"…男 마약사범, 경찰서 '충격 진술'>이라고 기사 제목을 달았다. 전자신문은 <로버트 할리 공범 정체? '깜짝이야'>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

이들 외에도 대구일보, 뉴스웨이, 이투데이, 부산일보, 아주경제, 동아일보, 세계일보, 뉴스웍스, 위키트리, 국제뉴스, 한국스포츠경제, MK스포츠, 더셀럽, 매일신문, 신아일보, 뉴스인사이드 등의 매체가 '동성애'를 소재로 기사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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