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 때 적용이 가능한 단어다. 한자성어로 ‘역지사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가 유독 통하지 않았던 기획사가 있다. YG다.

YG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던 기사 제목 가운데엔 “‘빅뱅-블랙핑크가 뭐기에’ YG의 문란한 상도덕, JYP-스타제국 털렸다”를 비롯해 “YG, 업계에서 ‘갑질’ 중...‘나만 기획사다’”, “YG, 상도덕은 나몰라라...대형기획사의 횡포” 등이 있었다. 왜 이런 제목들의 기사가 각기 다른 매체들을 통해 연이어 발행됐을까.

3년 전, 나인뮤지스의 유닛 나인뮤지스A가 컴백을 알리는 쇼케이스 시간을 발표했는데, YG의 빅뱅 10주년 맞이 기념행사가 같은 시간대로 알려졌다. 나인뮤지스A가 인지도 면에서 빅뱅에게 밀리는 탓에, 해당 기획사인 스타제국은 각 매체에 먼저 쇼케이스 행사 시간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컴백 쇼케이스 진행을 빅뱅의 행사 진행 시간대를 피해 오전 11시로 옮겨야만 했다.

다른 피해자는 JYP였다. 2NE1에 이은 YG의 새로운 걸그룹 블랙핑크의 데뷔를 알리는 쇼케이스가 끝나는 시간대가, JYP 소속 2PM 준케이의 솔로 앨범 쇼케이스의 시작과 불과 30분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3시에 시작하는 블랙핑크의 쇼케이스가 마무리되는 시간이 4시라면, 취재진이 준케이 현장까지 30분 동안 빠듯하게 이동해야 현장 도착이 가능한 시간이었다. 당시 엔터 2위였던 YG가 JYP를 배려했더라면 블랙핑크 쇼케이스 시작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YG에게 그런 배려는 없었다.

YG엔터테인먼트

3년 전 각 매체들이 YG를 향해 비난을 쏟아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기획사와 일정 조율을 할 줄 몰랐던, YG의 일방적인 일정잡기 때문에 당시 각 매체들이 비난의 목소릴 높일 수밖에 없었다.

YG가 컴백 일정으로 잡음을 일으킨 건 이뿐만이 아니다. 5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SM의 간판 걸그룹 소녀시대의 컴백일과 YG 걸그룹 2NE1이 컴백하는 일자가 엇비슷해진 적이 있었다.

SM은 2014년 2월 19일에 음원을 먼저 공개하고, 24일에 음반을 발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YG는 소녀시대의 음반이 공개되는 날짜인 24일에 굳이 컴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SM은 MV 데이터가 손실됐다는 이유로 소녀시대의 컴백 일정을 늦췄다. 그러자 YG 또한 당시 앨범에 CL이 작사․작곡한 노래 3곡이 수록됐는데, 마침 26일이 CL의 생일이라 의미 있는 날에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며 2NE1의 컴백을 미뤘다.

YG의 공감능력 부족은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발렌타이데이에 아이콘 송윤형과 모모랜드 데이지가 열애설이 터졌을 때, 데이지의 기획사 MLD는 "데이지와 송윤형이 호감을 느끼고 만나기 시작했다"는 공식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송윤형의 기획사인 YG는 "몇 번 호감을 갖고 만났지만 사귀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MLD와 YG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을까. 열애설이 터졌을 때 YG는 MLD와 같은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그 흔한 ‘조율’을 간과했기에 두 기획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결과다.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제공=YG 엔터테인먼트)

이런 YG가 오늘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블랙핑크 기자간담회를 급하게 취소했다. 오전 9시 11분에 발송된 간담회 취소 안내 보도자료를 보면 “고성․속초 산불로 인한 강원 지역 주민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오전 11시에 예정됐던 컴백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게 됐다”고 기술돼 있었다.

그동안 타 기획사에겐 공감능력이 부족했던 YG가 이번 국가적 재난에 적극적으로 공감능력을 발휘했다. 이는 YG가 “올해 제일 잘한 일”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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