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을 동시에 선정하는 FIFA(국제축구연맹) 집행위원회 투표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치를 신청한 각 국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정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은 미국, 호주, 일본, 카타르 등과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 50% 유치 가능성을 가슴에 품고, 30명으로 구성된 유치단이 집행위원회 투표가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로 지난 30일 출국하는 등 유치를 위한 막판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3일 0시(한국시각)에 발표되는 월드컵 개최국에서 과연 어느 국가가 마지막에 웃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후보 국가도 '유치한다'고 보장하는 나라가 없어서 마지막까지도 참 알 수 없는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유력 후보국이 떠올라도 잇달아 변수가 등장하고 있는데다 유치를 위해 막판 각 국이 제시할 '비장의 카드'가 24명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파전이다, 몇몇 국가가 유력하다는 보도 자체가 사전에 많이 나오지 않아 정말 알 수 없는,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한 이번 월드컵 유치 전쟁이 치러질 듯합니다.

▲ FIFA 실사단 단장인 마이네 니콜스 칠레축구협회장과 한승주 2022 월드컵 유치위원장이 FIFA 깃발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몇달 전만 해도 물론 '이 나라가 유력한 유치 국가다'라는 말이 있기는 했습니다. 2018년은 잉글랜드가 가장 유력하며, 2022년은 미국과 호주 중에서 될 것이며 한국이 그 뒤를 따라붙는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FIFA 집행위원 일부가 뇌물 스캔들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투표 날짜를 옮기자는 말까지 나왔을 만큼 이 문제는 내부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갔고, 이로 인해 '가만히 있던' 유치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이전에 보석 제공 등 금품 로비 활동을 했다고 의혹을 받은 호주에 불똥이 튀었고,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된 국가들이 다소 몸을 사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다른 경쟁국들이 기회를 엿보고 튀어나갈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 가운데 혜택을 본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한 평화 기여 등 외부적인 명분을 내세워 깨끗하게 유치 전쟁을 치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미국, 호주의 뒤를 이어 꾸준하게 상승세를 탔던 한국은 단숨에 유력 후보국으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며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지난 달 23일, 연평도에서 있었던 북한의 포격 도발로 상당한 타격을 입으며, 이에 대해 경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한국이 따라잡았다 다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한국은 끝났다'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에서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한국을 밀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의 유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해 저마다 오락가락하는 분석, 예상들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해 갈수록 각 국이 물량 공세, 경쟁국간의 연대 등을 통해 정말 더 알 수 없는 형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오일 머니'로 무장한 나라 카타르인데요. 이미 월드컵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첨단 시설로 무장하겠다고 하는 등 독특한 공약을 선보인 카타르는 지네딘 지단, 알렉스 퍼거슨, 펩 과르디올라,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등 세계적인 축구인들을 홍보대사로 초빙한 데 이어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한 축구팬들의 지지가 50만 명에 달한다며 명성, 물량에 기대 최고의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포부를 밝혀 꾸준하게 복병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경쟁력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지난 2007년 IOC 총회에서 있었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 때 러시아 소치가 막판 적극적인 로비로 극적인 역전을 이끌어낸 것처럼 물량 면에서는 미국도 앞설 수 있다고 자부하는 카타르가 의외의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결국 막판에 꺼내드는 각 국의 '비장의 카드'가 표심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뭔가 깜짝 놀라게 할 만 한 것이 나온다면 집행위원들의 표심을 흔들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얘깁니다. 한국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각 국 정부 고위 관료 가운데 유일하게 프리젠터로 직접 나서 정부의 강력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인 반면 일본은 8세 소녀를 프리젠터로 내세워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에 태어난 자신이 12년 뒤 성인이 돼서 또 한 번 월드컵을 보고 싶다는 '감성 호소'로 집행위원들을 자극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도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과 모건 프리먼, 랜든 도너번 등을 앞세워 월드컵 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고, 호주도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등 자국 출신 유명 영화배우로 표심을 흔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놓을 마지막 유치를 위한 깜짝 카드에서 아무래도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아 보입니다.

두 개의 월드컵을 동시에 유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폭로전, 스캔들 등으로 상당히 말 많은 유치 전쟁이 치러진 것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 유치전으로 FIFA 역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과연 유치국을 결정한 뒤 FIFA가 원하는 방향대로 월드컵 개최 준비가 잘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그만큼 각 국의 개최 능력 수준이 이전보다 상당히 올라간 것은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줄 만합니다. 마지막 유치 전쟁에서 과연 어느 나라가 웃을지, 그리고 그 웃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 내일 밤 스위스 취리히에서 날아오는 소식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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