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스포츠 채널의 편성표에는 고민이 담겨있다. 여름 내내 중심을 잡아주던 "야구"는 끝났고, 농구나 배구를 중계한다고는 하지만 야구만큼의 숫자도 정성도 보이진 않는다. 배구나 농구의 계절이라고 하기엔 완전한 전경기 중계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재방이나 관련 프로그램의 숫자도 조금 적다. -배구에 대한 KBS N스포츠의 정성은 조금 지극한 면이 없지 않긴 하다.-
그 겨울에 스포츠채널, 아무래도 자주 볼 수 있는 건 지금 시즌을 진행중인 "유럽축구".
유럽축구의 국가별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 잉글랜드나 독일의 프로리그가 방송된다. 재방에, 관련 프로그램까지. 물론. 올해는 광저우아시안게임 덕에 관련 재방송과 여타의 프로그램들로 조금은 덜 심심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유럽의 축구리그를 보면 어느 순간 빠져드는 마력을 느끼니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리그이자, 우리 선수들의 활약도 있기에 유럽축구의 가치나 매력은 분명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럽프로축구리그의 중계방송, 가끔씩은 불편하다.
비싼 중계권료, 자국리그의 경기들보다 더 한 집중조명과 관심. 상대적 초라함을 느끼고, 상대적 빈약함을 비난받는 우리의 리그들. K리그가 대표적으로 직접 비교대상이라면, 프로농구나 배구 등은 같은 기간 동안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밖에도 각종 생활체육과 아마추어 스포츠들이 있지만, 메인의 자리는 언제나 유럽축구라는 거. 뭐, 좋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 있고 뉴스가 되며 재미가 있고 관심을 끈다면. 하지만, 그것의 선후관계가 어정쩡하고 애매한 것들이 많다. 다뤄지고 자주 볼 수 있기에 그것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크다.
자체적인 스포츠의 가치가 왠지 덜 해 보인다고나 할까?
사실 이런 건 어찌 보면 채널들의 잘못은 아니다. 당연히 그걸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탓은 더더욱 아니다. 여론을 그렇게 몰아가고 그런 것들을 돈의 논리에서 철저하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이들이 있기에 다 이뤄지는 것, 그렇기에 우리 K리그를 포함한 현실이 아쉽고, 그것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기관과 기구들에게 화가 난다.
뭐 분위기를 그렇게 만드는 이들에게도, 유럽축구에는 그저 환호하며 K리그엔 엄격한 그 목소리에도 조금은 분노한다. 축구의 뜨거움이 넘쳐야 할 계절이지만, K리그의 축구는 날씨만큼이나 서늘한 듯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극적인 몇 가지 견해, 편협한 축구관, 혹은 스포츠관이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저, 우리 축구에 대한 아쉬움과 유럽축구를 보면서 살짝씩 찾아오는 불편함 때문이라 여기면 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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