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대중에게 아무리 많은 욕을 먹어도 견딜 수 있는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주변 동료의 끊임없는 위로 때문일 겁니다. 만약 동료가 없다면 무한 이기주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잡아 먹히는 야생과 다를 바 없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내가 밀리면 하차해야 하고, 한번 하차하면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정형돈도 3~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진에 빠져 겨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논란의 대상이었던 김종민은 빠른 편입니다.

김종민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단 몇 회의 방송분만 보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 한 가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습니다. 김종민은 이수근이 있었기에 적응하고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종민을 살려낸 사람은 '에이스' 이수근입니다. 1박 2일 제작진도 아니고, 메인 MC인 강호동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중도 아닙니다. 대중은 한 번 눈 밖에 나면 쳐다보지 않습니다. 김종민이 그러합니다.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김종민이 1박 2일 내에서 사실상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수근급 웃음 폭탄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벗겨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대중이 김종민에게 온갖 비난을 퍼붓는 것이고요. 또 1박 2일도 실질적으로 김종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 했습니다. 될 수 있었다면 어느 정도 비난을 막아준 방패뿐이었고요.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예능프로그램계에서 1박 2일은 김종민에게 무기(웃음)은 가르쳐주지 않고 그저 방어만 해주었다는 것이죠.

강호동은 좀 나았습니다. 한 때 '과도한 사랑' 논란까지 일어날 정도로 강호동은 김종민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김종민은 강호동의 사랑을 수용할 만큼의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와'라고 하는 리액션이 다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논란이 터진 후 강호동에게 메인 MC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공정한 진행을 요구하는 시청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더 이상 김종민에게 편중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강호동에게는 안 그래도 시끄러운 '재미 논란'에 1박 2일 스스로 비난 여론을 더 자초하는 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길이었기에 큰 압박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이수근은 상당히 프리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수근은 지금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김종민이 더더욱 안타깝게 여겨졌을 것입니다. 한 때 이수근 자신도 김종민과 같은 시기를 겪었으니 말입니다. 지금의 멤버가 구성되기 전, 지상렬과 노홍철이 1박 2일에 존재할 때만 해도 이수근 역시 지금의 김종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죠. 김종민 스스로도 하고 싶은 의지는 있었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해 기회를 차버렸으니까요.

이수근도 한 때 김종민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수근은 뼈저리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앞에서 리드해주지 않으면 한 번 빠진 부진의 늪에서 나오기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지금 이수근은 명실상부 1박 2일 최고의 에이스이지만 초반엔 그를 리드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긴 시간 동안 부진에 빠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수근 자신이 앞잡이라는 캐릭터를 잡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러기에 이수근은 방송 내내 김종민에게 끊임없이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를 건넸습니다. 동생들이 하긴 힘든 일이고, 강호동이 개입하면 또 엉뚱한 논란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이수근은 김종민에게는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이는 28일 방송에서 아주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씨름 특집에서도 나타납니다. 끊임없이 이수근은 김종민에게 충고를 건넸고 이젠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제작진은 방어만 해주었고, 동생들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고, 강호동이 개입하면 또 다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 1박 2일에서 이수근은 김종민을 리드해 줄 적격자였습니다. 때때로 터지는 이수근과 김종민의 애드리브 쇼는 정말로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소재를 웃음으로 만들 줄 아는 이수근과 뭔가 엉성한 김종민의 조합은 최고입니다.

이젠 김종민이 이수근의 눈물겨운 살리기에 보답해야 할 때입니다. 이수근이 말했던 것처럼 느낌 그대로만 했으면 합니다. 김종민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상황에 임하고, 애드리브도 하면서 방송을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때론 욕을 먹어도 그것이 100배 낫습니다. 벙어리처럼 앉아 있다가 가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주는 게 100배 1000배 나은 방법입니다. '느낌대로 해라'라는 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1박 2일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느낌대로 하는 것 즉 순발력이 우선 순위임을 이수근은 김종민에게 가르쳐줬습니다. 부디 김종민이 이수근의 눈물겨운 수업을 받고도 최악의 성적표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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