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사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현 아버지 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가장 큰 핵심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동안 새로운 사건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도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 비밀의 끝에는 모두 10년 전 최필수 살인사건에 모여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조건들 속에서 과연 진실의 끝에 무엇이 존재할지 그게 궁금해진다.

한종구는 10년 전 '최필수 살인사건'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살해당한 차 중령의 운전병 출신이 바로 한종구다. 그리고 5년 전 사건을 흉내 낸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김선희 역시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우연하게 벌어진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tvN 토일 드라마 <자백>

10년 전 도현 아버지 사건 외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창현동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5년 전 사건의 범인은 한종구가 명확하다. 하지만 10년 전과 현재 벌어진 사건의 범인은 다르다.

김선희 사망 사건은 한종구를 살인자로 만들기 위해 준비된 사건이다. 철저하게 5년 전 사건을 모방한 사건이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무작위로 고른 것이 아니란 점이다. 사망한 김선희는 10년 전 바로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다. 누군가는 김선희와 한종구를 모두 제거하고 싶어 했다.

이들은 10년 전 사건의 목격자이자 예비 증언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을 제거하게 되면 10년 전 사건은 완벽해진다. 그 핵심에 과거 기무사 사령관 출신인 오택진이 있다. 오택진의 비서가 법정에서 결과를 지켜봤다. 그리고 김선희 남자 친구의 입을 틀어막았다.

10년 전 그날 사건의 주범이 다른 아닌 오택진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다. 오택진이 차 중령을 제거한 것은 자신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오택진은 무기 사업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는 인물이다. 무기를 제대로 구매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정당한 행위다. 문제는 그게 아니란 점이다.

tvN 토일 드라마 <자백>

군 전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무기를 구매하며 거액을 빼돌리는 오택진의 행태는 사기다. 이런 사기를 눈치 챈 차 중령이 반기를 들었고, 그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사건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도현의 아버지 필수가 모든 것을 안고 사형수가 된 이유 역시 명확하다.

어렸을 때부터 심장병을 앓아왔던 도현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법정에서 사형이 구형된 상황에서도 필수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도현의 수술 결과였기 때문이다. 상황은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제 사건을 풀어내는 일만 남은 셈이다.

10년 전 창현동 사건은 어쩌면 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서울 중앙구 후보로 나선 박시강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게 엮여야만 상황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작은 사건을 파헤치자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자백>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도현이 심장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서 벌어진 의료사고 사건이다. 조경선 간호사는 구속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불구속이 마땅한데 구속이 된 조 간호사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도현은 의아하다. 절대 그런 실수를 할 간호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호를 맡으며 알게 된 진실은 끔찍했다.

tvN 토일 드라마 <자백>

심장 수술을 하루 앞둔 환자가 약물 과다 투약으로 사망했다. 복도 CCTV에는 조 간호사 혼자만 그 병실을 오갔다. 증거가 명확한 상황이다. 착실하고 노련한 조 간호사가 왜 그런 실수 혹은 의도적 행동을 했을까? 그건 과거의 사건 때문이었다. 사망한 환자는 조 간호사가 다닌 고교 교사였다.

사망한 허재만은 조 간호사가 다닌 고교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학생을 성폭행해 고소까지 당했던 인물이었다. 성폭행을 한 교사와 당시 학생이었던 조 간호사. 답은 너무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조 간호사가 피해자가 아닌 친구 유현이가 성폭행 피해자였다.

절친이었던 조 간호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허재만이 찾아오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마침 현이 아들이 입원한 상태에서 조 간호사의 분노는 더욱 극대화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이 아들이 바로 허재만의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사장 조카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던 허재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교육자의 허울을 뒤집어 쓴 채 온갖 악행을 저질러온 자를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조 간호사의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인 이유다.

과거 성폭행을 하고도 벌 받지 않은 자에 대한 복수.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자백>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문제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과연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의 범행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드라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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