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뉴스 지면을 채우고 있는 것이 김학의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명운을 건 재조사를 권고했고, 검찰이 재조사를 결심했다. 그러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김학의 전 차관은 몰래 국외로 빠져나가려다 공항에서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본인은 도피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선글라스에 커다란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당시 복장은 김 전 차관의 해명과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런가 하면 김학의 성범죄 의혹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인 장관 청문회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법사위원장 시절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김학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알렸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제기되었다. 이 일로 자유한국당은 크게 반발했고, 청문회는 파행됐다.

‘김학의 영상’ 진실게임…2013년 3월, 국회에선 무슨 일이?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런 과정을 통해 김학의 성범죄 의혹 사건은 자칫 묻힐 뻔했다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동시에 과거에 김학의 전 차관을 감쌌던 의혹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법무부에서, 대단히 수상하고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졌음이 밝혀졌다.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기 직전 법무부 공익법무관 2명이 출입국정보관리 시스템을 통해 출금금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현재 “직무와 관련 없는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 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이들이 수상한 조회가 김 전 차관의 심야출국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도 해외도피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을 하면서 “출국금지가 안 돼 있다고 해”라는 발언으로 의혹을 스스로 확인해주었다. 출국금지 여부는 본인이나 변호인이 직접 신청해 확인할 수 있지만 김 전 차관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정황은 아직도 김학의 전 차관을 돕는 힘이 존재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아직 출국 가능합니다"…살짝 알려준 '내부자들'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아직은 불법을 저지른 두 명의 공익법무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이 공익법무관 선에서 끝날 일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배후가 있다면, 누가 이들에게 지시했고 또 김 전 차관에게 정보를 전달했는지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숨은 세력을 찾아내는 것이 김학의 사건을 해결하는 또 다른 줄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특별수사단을 꾸려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수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검찰의 특별수사단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가뜩이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에 빠진 ‘특수강간죄’로 인한 실망이 큰 상황에서, 법무부 내에서 김학의 전 차관을 돕는 행위가 벌어졌으니 애먼 의심은 아닐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했던 과거의 의혹들이 하나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할 검찰에 대한 신뢰는 크지 않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와 유사한 권력층의 범죄에 대응할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그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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