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긴 시간 동안 1박2일은 부정적인 걱정과 우려의 중심이었습니다. 든든한 기둥이었던 김C의 자진 하차로 둔탁하지만 정겨운 사람냄새가 엷어지고, MC몽의 불미스러운 퇴장은 1박2일을 향한 신뢰와 믿음에 상처를 입혔었습니다.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김종민의 부진에 따른 불만은 이젠 일부 시청자들이 퇴출을 청원할 정도로 심각해졌죠. 하지만 이런 쉽지 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던 이들에게 상황 해결을 위해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전남 장흥에서의 1박2일은 그들이 내세웠던 것처럼 단순한 식도락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게 시작된 5인 체제의 틀이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여행이었어요.
그렇다고 여행을 위한 정보전달에만 치우쳐서 그들만의 재미와 웃음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각종 몸개그로 뻘짓을 하며 바지락을 캐던 강호동과 은지원은 1박2일이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각종 협상, 모략, 반전을 모두 담아내면서 가장 원초적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웃음폭탄을 제조해냅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적 있던 넌센스 퀴즈도 멤버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재치를 가진 이수근을 재발견하게 해주고, 간단한 문제에도 당황하는 멤버들의 모습에도, 맛난 음식을 먹으며 경쟁하듯 쏟아내는 간단한 리액션에도 즐거움이 묻어납니다.
1박2일의 가장 큰 장점인 사람냄새 역시 폴폴 풍겨납니다. 스텝들, 일반인 분들의 말 한마디에서 툭툭 발견되는 자연스러움과 넉살은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죠. 천관산을 오르며 밥차 아주머니는 물론 스텝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젠 멤버들뿐만 아니라 제작진들에게도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아침을 먹으러 제주도에 간다는 사실에 원망하는 멤버들에게 ‘저도 지금 황당합니다.’라는 운전기사님의 어색한 어투의 한 마디에 빵터지게 만들어주는 것은 1박2일만이 할 수 있는 개그코드에요.
너무 좋은 말만 늘어놓았나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남아있습니다. 화제의 중심, 김종민의 분발과 노력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어색하고 불균등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여전해요. 이제는 장소가 아닌 테마를 가진 여행으로 목적지가 변한 지금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소스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다양한 변형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이구요. 그래도 이런 사소한 불만 역시도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박2일은 문제가 생기면 조금씩 확실하게 개선해나가는 장점이 있는 프로그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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