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 데이트>는 사실 우리에게 꽤 익숙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자 두 명이 주인공인 버디 무비고, 그들이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해프닝을 다룬 것도 흔한 소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토드 필립스의 전작 중에는 아예 <로드 트립>이란 제목을 가진 코미디 영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관건은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버무릴 것인가 하는 것인데, 솔직히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두드러지는 요소는 없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피터는 아내의 출산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이고, 에단은 배우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가는 괴짜입니다. 이렇듯 부조화가 눈에 훤히 보이는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를테면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의 전형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셈이죠.
특히 <듀 데이트>가 이만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토드 필립스의 연출과 함께 두 주연 배우의 공이 컸습니다. 신사의 이미지가 강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본격 코미디 영화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면서도 파트너와 능수능란한 호흡을 맞추는 관록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잭 가리피아나키스는... 명불허전입니다. 이 친구의 골 때리는 4차원 연기는 단연 <듀 데이트>의 백미입니다. 늘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함에도 잭의 그것은 전혀 지겹지가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도 어떨 때는 살짝 맛이 간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잭 가리피아나키스를 보고 있으면 송새벽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두 사람 다 자신의 영화에서 항상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차이가 꽤 크다고 보거든요. 송새벽도 틀에 박힌 것에만 연연하지 말고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코믹 연기를 시도해야 생명력이 길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토드 필립스는 아무래도 로드 무비에 강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특이한 능력자인 것 같습니다. <로드 트립>도 보면서 아주 배를 잡았었고, <행오버>는 말할 것도 없는데 <듀 데이트>마저 이렇게 만족할 만한 영화를 보이다니... 셋 다 화장실 유머가 돋보이는 영화라서 개인적으론 더 호감이 갑니다. ㅎㅎ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보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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