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영화제를 하면 가수들의 축하무대가 꼭 끼어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제 31회 청룡영화제에서는 카라와 2AM이 나와서 축하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축하무대에 걸그룹들이 초대되면서, 무대 중간에 비추어지는 카메라 속 배우들의 표정들이 화제가 되곤 합니다. 이번 청룡영화제 역시 카라의 공연 중에 최다니엘, 송새벽, 공형진, 조여정, 원빈, 송중기 등이 비춰졌는데요. 그 중에 특히 중간에 표정관리 못하고 넋을 잃고 쳐다보던 공형진의 입 벌린 표정이 카메라에 포착이 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카라의 축하무대, 가식 논란이 발생한 이유

그런데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카라의 축하무대 도중 카메라에 잡힌 배우들을 보고 가식적이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 대종상 때 소녀시대의 축하무대에 무표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가 배우들이 욕을 먹자, 이번에는 욕을 먹기 싫어서 마지못해 웃는 척 한다는 것이죠. 또한 일부 소녀시대 팬들의 경우 이번 카라에 대한 관람 태도와 앞서 소녀시대에 대한 관람 태도를 두고, 배우들이 가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소녀시대를 무시한 것이라며 분개하기도 합니다.

이번 가식 논란을 짚어보기에 앞서 비교가 되고 있는 대종상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요. 먼저 배우들이 소녀시대를 무시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당시 대종상의 경우 연말 시상식처럼 대중화된 시상식이 아닙니다. 영화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는데요. 그런 자리에서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오빠 오빠 사랑해를 외쳐대는데, 그것을 보고 배우들이 헤벌쭉 박수치며 호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고 봅니다.

걸그룹이 그런 시상식 자리에 수준이 안 맞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곡 선택이 잘못되었던 것이지요. 그런 시상식에는 아이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런 자리에서의 쌩뚱 맞은 의상과 노래가사 등은, 때와 장소를 가려 준비하지 않고 그저 인기곡과 신곡 홍보에 눈이 먼 소속사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그런 자리에서는 조용히 감상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배우들이 소녀시대에 악감정이 있어서 무시할 이유도 없고, 배우들이 콧대가 높아서도 아닙니다. 많은 나이 많은 선배 배우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소녀시대 짱"을 외치며 열렬히 호응하는 것도 웃긴 일입니다. 또한 배우들이 특별히 정색하거나 악감정을 가지고 안 좋은 표정으로 본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냥 듣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일부 기자가 소녀시대 축하무대에 정색하는 배우라는 타이틀로 자극적인 기사를 내어보내면서, 급기야 가수 VS 배우의 대결 구도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발생하였습니다.

사실 대종상 때 논란이 커지면서 배우들이 욕을 많이 먹었지만, 그 전부터 걸그룹이 유명인들 앞에서 축하공연을 할 때면 카메라에 잡힌 모습이 줄곧 화제가 되곤 하였습니다. 그것은 기자들에 의해 소녀시대를 보고 웃는 아무개씨 등으로 보도되면서, 관람하는 유명인들이 마치 소녀시대의 매력에 푹 빠져 홀린 것 마냥 몰아가는데요. 뒤집어 말하면 '유명인도 좋아하는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 짱'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런 것 역시 소속사의 언론플레이가 의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기사들이 보도되다 보니까 이제 걸그룹들이 축하무대를 할 때면, 그것을 관람하는 유명인들은 표정관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종상 같은 시상식 자리에서 자칫 표정관리 잘못했다가는, 다음날 여지없이 소녀시대에 홀린 삼촌팬으로 기사가 나가게 될 테니까 말이죠. 결국 대종상 논란은 기자들 때문에 시작되고 기자들 때문에 왜곡 확산이 된 씁쓸한 논란이었습니다.

시상식 축하무대 관람 중에도 연기(?)해야 하는 불쌍한 배우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이번 청룡영화제 가식 논란으로 돌아와 볼까요. 배우들이 앞서 대종상에서 소녀시대가 공연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 가식적이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대종상 여파가 워낙에 컸기 때문에 또 무표정하게 있다가는 기자들의 먹잇감으로 실시간 헤드라인에 걸릴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저는 배우들이 가식적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참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주최측에서 단순히 인기에 편승하여 시상식에 참여한 배우들이 편안하게 축하무대를 감상할 수 없도록 분위기와 장소에 맞지 않는 가수를 섭외하는 것도 그러하고, 섭외된 가수의 소속사가 분위기와 장소에 맞는 노래를 선택하지 않고 단순히 신곡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도 그러합니다. 또한 그런 축하무대를 바라보는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가십거리가 되어 자극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가 그러하고, 초대 가수의 팬덤이 관람하는 배우가 함께 호응하지 않으면 안티로 간주하며 비난하는 것이 그러합니다.

덕분에 배우는 혹시나 축하무대 도중에 자신이 카메라에 노심초사 표정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맘대로 웃을 수도 그렇다고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무덤덤하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초대가수의 팬들을 의식해야 하고, 눈에 불을 켜고 그 순간을 지켜보는 기자들도 의식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들이 주인공인 시상식에서 축하무대 조차 맘 편히 볼 수 없는 배우들의 불쌍한 모습들을 보니, 과연 그 축하무대가 누구를 위한 축하무대인지 참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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