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선 어김없이 홍진영 언니 홍선영의 다이어트에 관한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왜 <미운 우리 새끼>에는 홍선영의 먹방, 다이어트만 등장하는가. 정말로 홍선영의 현재 삶에는 먹는 것, 빼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미운 우리 새끼>는 홍선영을 두고, 성공한 트로트 가수 홍진영의 언니,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에 가족들의 걱정을 유발시키는 정도로 그녀의 현재 삶을 규정한다. 홍선영이 먹는 것 외에 어떤 것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지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홍선영은 그저 성공한 가수 홍진영과 함께 살며,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는 모습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존재로만 보일 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싱글 연예인을 부모(엄마)의 뒷목을 잡게 하는 철없는 어른 아이로 그려내는 방식은 <미운 우리 새끼>의 주요 스토리텔링 중 하나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대표적 '미운 아들'로 장기 활동 중인 김건모와 박수홍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 또한 세간의 화제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축적된 부정적 이미지 또한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지 않으면, 부모의 속을 썩이는 불효자식이라 규정짓는 한국의 보통 어른들의 주된 가치관에서 출발하는 <미운 우리 새끼>. 이 프로그램은 탄탄한 경제력과 사회적 명망까지 갖춘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는 또래 성인에 비해서 어른답지 못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허나, 술을 좋아하고 키덜트 놀이 문화에 빠져 있거나 클럽을 자주 방문하는 등의 모습을 계속 부각시킨다고 해도, <미운 우리 새끼> 아들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각자의 활동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대단한 스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어머니들 또한 큰 성공을 거둔 아들에 대한 자랑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하지만 비연예인이고, 연예인 가족 외에 이렇다 할 내세울 이력이 없는 홍선영은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홍진영의 언니라는 것 외에 홍선영의 현재 삶을 가늠할 수 있는 별다른 소개가 없었고, 홍선영의 에피소드는 철저히 먹방, 다이어트 위주로만 펼쳐진다. 24일 방영한 <미운 우리 새끼>에는 드라마 <SKY 캐슬>을 패러디한 듯한 '다이어트 캐슬'이라는 부제 하에, 다이어트 의지박약인 홍선영을 위해 동생 홍진영이 다이어트에 일가견이 있는 방송인 김신영을 다이어트 코디로 붙이는 에피소드까지 등장하였다.

이날 방송에서 홍진영, 홍선영 엄마는 딸 홍선영의 외모, 체중에 대한 연이은 악플 세례를 두고, "내가 발이 아파서 운동 못하고 살이 쪘다. 엄마가 뚱뚱하니까 선영이가 뚱뚱하다고 욕하더라. 피가 어디 가겠나. 엄마와 딸이 닮은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타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태도와 발언은 분명 잘못이다. 그러나 만약 <미운 우리 새끼>에서 홍선영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처럼 홍선영의 외모를 두고 공격하는 불손한 반응들이 나왔을까. 끊임없이 홍선영의 식탐과 먹방만 보여준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연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별다른 내용 없이 먹방, 다이어트로 채워지는 홍선영의 일상을 너그럽게 봐줘야할까. 만약 홍선영이 <미운 우리 새끼>에 계속 등장해야 한다면 먹는 것, 빼는 것 외에도 인간 홍선영이 가진 다양한 모습, 매력들이 방송에서 제대로 조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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