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저널리즘 주제는 버닝썬 사건이었고, 김학의 사건이었고 또 장자연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확히는 버닝썬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승리·정준영 사건이 보도량이나 관심도에서 이들 사건을 뛰어넘었다. 그런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을 덮거나 은폐해버릴 수 있는 언론의 선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나설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24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버닝썬 사건, 김학의 사건과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버닝썬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것은 MBC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SBS가 정준영 카톡방을 공개하면서부터 대형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제보자를 특정하는 기사들이 생산되었다. 해서는 안 될 비윤리적 보도 행태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또한 굳이 알리지 않아도 좋을 선정적 내용을 더 많이 보도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버닝썬에서 연예인들에 집중케 했다.
승리·정준영 사건이 버닝썬을, 경찰의 명운을 건 수사로 발전시킨 공헌(?)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남자 연예인들이 저질러온 성범죄는 그 자체로 반드시 실체를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중대범죄이다. 그러나 버닝썬 사건의 본질은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정리했다시피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마약유통과 성범죄 그리고 탈세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는 승리와 정준영이 버닝썬 사건의 본질을 잠식할 정도로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시각이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버닝썬 사건에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문제도 다뤘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현재가 아닌, 이 사건이 알려진 2013년의 언론보도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정세진 아나운서는 먼저 이 사건의 명명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부터 제기했다. 별장성접대 사건이 아니라 ‘성범죄 의혹사건’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접대가 아닌 성폭행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바른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이 사건의 현재가 아닌 과거를 들춰낸 것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자사에 대한 혹독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다시 끄집어낸 과거 KBS 보도는 보는 이가 낯부끄러울 정도로 노골적으로 가해자들을 감싸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비단 KBS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권력을 향해 언론이 두 손 공손히 모으고 경청하고 받아쓰던 시절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당시 선정적 보도의 투톱은 JTBC와 TV조선이었다. JTBC는 굳이 별장 동영상이 핵심이라면서 재연해 보도했고, TV조선 역시 동영상 내용에 집중된 보도를 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이 보도들은 결국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다만, 이때의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취임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선정적 보도보다 더 나쁜 것은 ‘왜곡’이다. 당시 KBS의 보도는 누가 봐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그 부분을 애써 반추한 것은 저널리즘 비판에 있어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언론의 흑역사, 그중에서도 유독 심했던 KBS의 흑역사를 소환한 것은 정직함을 뽐내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KBS 보도는 천지차이라고 할 정도로 나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KBS 보도는 자주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습성을 다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셀프디스를 한 배경, 그렇기 때문에라도 KBS 뉴스가 와신상담하듯 과거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다짐을 읽을 수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신뢰 1을 더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