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한국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분노만 전쟁수준일 뿐 사실상 반격할 방편이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겪었던 일주일이 넘는 미세먼지경보 상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미세먼지 공포에 시달리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해법은 요원하다.

이제 미세먼지는 정부가 싸워야 할 주적이 되었다. 그러나 그 적과 싸워야 할 정부의 미세먼지대책은 국민들의 두려움을 없애줄 수준에는 턱없이 미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랴부랴 인공강우실험을 하는 등의 액션을 취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에는 준비도 기존 확보된 예산도 초라할 정도로 적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커진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12회] "미세먼지, 너 어디서 왔니?" 편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미세먼지 문제가 과연 과거보다 나빠졌는가에 대한 의문제기다. 22일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미세먼지를 주제로 들고 나왔다.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시간이 넘는 방송을 1,2부로 나누어 공개했다. 그만큼 미세먼지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환경전문가가 아닌 유시민 이사장의 궁금증을 풀어줄 이야기손님은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환경부 김법정 대기환경정책관이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한 대기의 상태의 변화는 지금이 과거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이미 34년 전 미세먼지관련 논문을 발표했던, 이 분야에서는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장 대표 말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70,80년대가 가장 나빴고 이후 개선되다가 2012년부터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탄 난방을 하던 때인 70,80년대는 미세먼지뿐만이 아니라 아황산가스나 일산화탄소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한국이 세계보건기구의 아황산가스 주의대상이었지만 당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때는 대기오염자료가 비밀로 취급되던 때였다.

국가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웠던 과거 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현재의 미세먼지의 주범은 어디에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대기오염의 사대천왕은 시멘트, 발전, 철강, 석유 등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심한 게 석탄발전이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또한 도시에서의 대기오염주범은 경유차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은 이 주범을 오히려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7차 전련수급계획에 의한 석탄발전소 증설 등이 대표적인 반환경정책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12회] "미세먼지, 너 어디서 왔니?" 편

문재인 정부는 우선 노후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했고, 작년 11월 이명박 정부시절 시작된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그와 함께 최근 LPG차량 공급을 일반으로 확대했다. 이 정책에 대한 경유차 소유자들의 불만과 반발이 없지 않지만 클린디젤정책과 함께 한국 대기오염이 증가한 것을 감안한다면 중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문제를 외부에 전가하던 기존 자세에서 내부노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대책의 문제는 중국요인론과 대기정체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있음을 알릴레오에 출연한 장재연 교수는 지적했다. 환경부 김법정 국장도 인정한 부분이다. 장 교수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한국의 미세먼지영향을 받는 조건 속에서도 강력한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인 사례를 들어 내부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기오염에 중국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주저 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대기상태 변화는 미세먼지대책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하고 있다. 초속 2m 이하의 대기정체 상태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2015년 6~70일 정도 하던 대기정체가 2016년 135일 그리고 2018년에는 220여 일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런 데이터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엔 우리나라 내부적으로 오염원을 줄여야 한다는 명확한 지향점을 제공한다. 중국과도 열심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외교를 펴나가야 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한편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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