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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종훈 감독, 과연 혼창통 야구였나?[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0.11.25 09:19

2010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사령탑으로 임명된 박종훈 감독의 취임 일성은 ‘혼(魂), 창(創), 통(通)’이었습니다. 1군 감독 첫해를 보낸 박종훈 감독의 2010 시즌을 평가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혼, 창, 통’이 LG에서 구현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혼’은 투혼을 말합니다. 강한 승부욕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LG는 2010 시즌 6위에 그쳤습니다. 2009 시즌 7위를 기록했으니 표면적으로는 1계단 순위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넥센과 한화가 7위와 8위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LG의 6위는 실질적인 꼴찌입니다. LG는 홈 개막전인 3월 30일 잠실 SK전에서 3:0으로 완봉패한 이후, 9월 23일 문학 SK전에서 완봉패하면서 무려 12번의 완봉패를 기록했습니다. 약 11경기 당 1경기 꼴로 완봉패를 당하며 실질적인 꼴찌에 머문 것입니다. 페타지니를 중심으로 막강한 타선을 앞세워 패하더라도 결코 쉽게 경기를 내주는 법이 없어 ‘추격자’ 별명을 얻었던 2009년과는 격세지감인 무기력한 팀이 된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시즌 전 자랑스레 명명한 ‘빅5’를 보유한 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결과입니다. 만일 LG에 투혼이 있었다면 단 1점도 뽑지 못하고 패배한 경기가 12경기나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010년 LG와 ‘혼’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 2010 시즌 잠실야구장 좌측 외야석을 장식한 ‘혼(魂), 창(創), 통(通)’ 캐치프레이즈. 하지만 LG가 2010 시즌 '혼, 창, 통'을 실현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창’은 창조적인 야구를 뜻합니다. 타격과 수비는 물론, 주루 플레이에 있어서도 상대 팀이 종잡을 수 없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야구는 전임 김재박 감독이 실패한 교과서적인 스몰 볼과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희생 번트에 의존해 1점을 뽑는데 치중했지만 박종훈 감독의 머릿속에는 8개 구단 중 7위에 불과한 팀 방어율 5.23의 취약한 선발진과 불펜에 대한 고려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SK에서 시작해 타 구단도 답습하고 있는 위장 스퀴즈 정도를 제외하고 LG의 플레이에서는 창의적인 면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자의 진루를 위해 1, 2간을 노리는 타격은커녕, 기본적인 희생 번트조차 실패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창조적인 플레이는 둘째 치고 기본기조차 취약한 것이 2010년 LG였습니다.

‘통’은 소통을 말합니다. 2009 시즌 종료 후 진주 마무리 훈련에서 박종훈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비디오를 시청하며 경기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등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작 2010 시즌 개막 직후부터 경기 외적인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이형종과 봉중근의 아내가 미니 홈피에 불만을 터뜨렸고, 서승화는 2군행을 지시받은 후 ‘야구를 그만두겠다’며 2년 연속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5월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며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했던 이형종은 8월 10일 임의탈퇴가 공시되며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전임 김재박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를 꼽을 수 있지만, 작년 이른바 ‘조인성 - 심수창 사건’과 서승화의 작은 이병규 구타 등 선수단 장악과 소통에 실패한 책임을 물은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통을 강조한 박종훈 감독 역시 그다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2010 시즌 LG는 팬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경기는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심려만 끼친 셈입니다.

2010 시즌 6위에 그치며 LG는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으로서는 취임 첫해에 불과했으며 전임 감독들의 7년간의 실패를 계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이병규, 오지환 등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한 공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이 스스로 앞세웠던 ‘혼, 창, 통’은 공염불에 불과했던 2010년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 기간은 5년이지만, 5년 내내 LG가 가을 야구를 못해도 박종훈 감독이 임기를 모두 보장받으리라 예상하는 이는 없습니다. 자칫 LG가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아본 것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전의 추억’이 될 지도 모릅니다. 박종훈 감독이 2011 시즌에 과연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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