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는 연예계에선 누구나 자신을 규정하는 이미지, 특정한 장점들을 갈고 닦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수렴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긍정적인 것들을 덧붙이는 것이 바로 연예인들의 성장 과정이죠. 이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인지도와 영향력, 인기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자신의 잘나가는 이미지를 유지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변신이나 전환으로 반전을 꾀하기도 합니다. 컨셉, 캐릭터는 것은 결국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에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이름. 아이비가 또 한번 유사한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속옷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촬영한 사진으로 몸매 관리나 키스마크 등의, 섹시 컨셉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이죠. 몸매가 좋다는 둥, 어떻게 관리를 하냐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또 이런 방식의 홍보 전략인지, 이젠 벗지 않으면 화제에 오르지 못하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죠. 아름다운 몸매를 이용한 섹시 컨셉은 연예인으로서 뽐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고, 대중들의 취향 역시도 다양하기 나름이지만 확실히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방편이 속옷광고 같은 노출밖에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그것도 줄곧 이런 식으로밖에는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더더욱 그렇구요.

그런데 이런 아이비의 노출전략, 섹시컨셉은 그녀의 어쩔 수 없는, 오죽하면 그럴까 싶은 선택이기에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화려한 짧은 전성기의 기세가 루머와 추문에 의해 꺾여 버린 이후, 이 재능 있는 여자 가수의 길은 엄청난 부정적인 여론에 의해 막혀 버렸습니다. 오랜 공백 끝에 어렵사리 컴백의 의지를 가지고 가수로서 복귀를 시도했지만 예전과 별다를 것 없다는 혹평. 이전 소속사에서 있었던 문제 때문에 공중파 대부분에서 출연 금지를 당하는 악재 때문에 별다른 기도 펴지 못하고 다시 휴식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효리의 계약 만료와 함께, 아이비를 이용해 이효리를 견제하겠다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손을 내민 김광수와의 계약으로 부활을 다짐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죠.

게다가 가요계를 점령하고 있는 그녀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들은 더 이상 솔로 여자가수들이 아닙니다. 훨씬 어리고, 일찍부터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갈고 닦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아이돌, 걸그룹의 동생들과 함께 활동해야 하는, 결코 우호적이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전쟁터이죠.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막강한 기획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가수는 물론 예능, 드라마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활동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걸그룹 후배들의 힘은 한국 연예계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에요.

이 격렬한 다툼에서 살아남은 여자 솔로 댄스가수는 천안함 사태와 표절 논란 속에서도 그나마 생색을 낼 만한 성과를 거둔 이효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습니다. 이정현, 채연 같은 관록의 배테랑은 물론이고 한때 유력한 차기 여왕 후보로 손꼽히던 손담비, 서인영, 문지은 등등의 신예들도 모두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추락했죠. 아이비가 과거에 그 어떤 상처도 없이, 별다른 문제도 없는 상태에서 가수로 복귀했다고 해도 과연 걸그룹이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러니 지금 아이비가 취하고 있는 연이은 섹시 컨셉은 어떻게든 자신의 외연을 넓히려는, 대중에게 잊히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 우호적이지 못한 환경을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해 보다 강하고 자극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솔로 여가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노출 전략이죠. 사실 그녀뿐만이 아닙니다. 그 정도만 다를 뿐이지 웬만한 여자 솔로 가수들에게 섹시화보촬영, 야한 뮤직비디오는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보잘것없고, 입지는 점점 더 좁아져만 간다는 것이죠. 이런 노출이 거듭될수록 그녀들의 가수로서의 역량, 실력, 무대의 완성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오직 노출, 몸매, 외모에만 쏠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 가수로서의 자신들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슬픈 악순환만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결국 아이비의 반복되는 섹시 컨셉은 한편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진 가요계, 그리고 그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잘못된 전략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결코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무리수. 끝이 좋아질 리 없는 슬픈 여가수들의 공통적인 행보이구요. 정말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 가요계에는 아이돌 밖에는 안 남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