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국 박스오피스 소식을 전하려니 좀 어색하네요. 그 점을 양해해주시고 보셨으면 합니다. ^^;

2주 만에 전해드리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정상은 다들 예상하고 계셨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이 차지했습니다. 일곱 번째이자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될 마지막 이야기의 1편으로 개봉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은 <불의 잔>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기록을 깨고 해리 포터 시리즈 사상 최고의 개봉 첫 주 수입을 올렸습니다. 현재 제작비가 약 2억 5천만 불로 추산되고 있으니 단숨에 그 절반을 확보한 것이 됐군요. 이것은 동시에 개봉 첫 주의 수입으로는 미국 박스오피스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반대로 보면 시리즈의 최종장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록에서 1위를 차지한 부문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개봉일의 흥행수입도 역대 5위에 그쳤고, 역대 11월 개봉작 중에서도 <뉴 문>에 이은 2위에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내년 7월 15일에 개봉할 예정인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는 또 어떨지 모르겠군요. 한편 지금까지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벌어들인 금액은 시리즈 영화로는 <스타워즈>에 이은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는데, 조만간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던 날에 개봉했는데... 하루만 늦게 왔어도 보고 왔을 것을... 괜히 애먼 영화를 보는 바람에... ㅠ_ㅠ

2위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입니다. 보아하니 제가 떠나던 날부터 지난주까지 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었나 보군요! 할리우드의 거리를 돌아다닐 때 이 영화가 3D로 개봉했다는 걸 보긴 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 다른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않았었나요? <몬스터 대 에일리인>이었나...

아무튼 <메가마인드>는 개봉 3주차에 1억 불을 넘어서면서 제작비 1억 3천만 불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주 연속 1위에다 3주차에도 2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입은 아니군요. 역시 비수기의 영향일까요?

3위는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이 재결합한 영화 <언스토퍼블>입니다. 지난주와 비교해 한 계단 하락했군요. 그런데 두 사람에다가 크리스 파인이라는 영 스타마저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흥행수입이 좀 저조하네요. 영화는 잘 빠진 것 같던데 이렇게 가다가는 제작비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이 영화를 보고 오려다가 다른 걸 택했는데... 그 이유는... 분명 대사를 절반도 못 알아먹을 게 뻔해서... ㅋㅋㅋ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잭 가리피아나키스라는 약간은 어색한 조합이 주연한 코미디 영화 <듀 데이트>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개봉 3주차에 제작비를 돌파했으니 박스 오피스에서 나름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군요. 개인적으로 <행오버> 이후로 잭 가리피아나키스가 참 맘에 들어서 이 영화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제 관심 밖입니다 ㅎㅎ) 저 친구는 약간 똘끼 충만하고 얼빠진 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겨요 ㅋㅋㅋ 그리고 이제 보니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도 출연했더군요. 물론 캐릭터는 변함이 없어요 ㅋㅋㅋ

러셀 크로의 신작이 개봉했군요! 그러나 채 1천만 불도 넘기지 못한 이 스릴러 영화의 개봉 첫 주 수입은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로빈후드> 이전에 러셀 크로가 주연했던 비슷한 장르의 영화 두 편인 <바디 오브 라이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절반에 불과한 성적입니다. 또한 소규모로 개봉했던 <뷰티풀 마인드>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그가 주연한 모든 영화를 통틀어 <어느 멋진 순간>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한 것이기도 합니다. 러셀 크로로서는 타격이 조금 있겠군요. 이 영화는 한 부부의 아내가 살인혐의를 받게 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변하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레이첼 맥아담스, 다이앤 키튼, 해리슨 포드, 제프 골드블럼이라는 나름 호화 출연진을 보유한 <모닝 글로리>는, 그에 반해 저조한 성적인 6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흥행수입도 썩 좋은 편은 아니군요. 이런 경우에는 누구의 굴욕이라고 해야 할까요? ^^; 그나저나 전 이 영화의 제목을 보니, 미국에서 본 모닝 글로리가 떠오르네요 ㅋㅋㅋ 아시죠? 동명의 문구 전문점. 그게 미국의 코리아 타운에도 있더라고요. 아, 미스터 피자랑 CGV도 있었습니다!

7위는 제가 약 12불을 주고 그로우만스 차이니즈 시어터에서 관람한 <스카이라인>입니다. 확실히 제작비에 비해서 영화의 외적 퀄리티는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도저히 이 영화가 고작 1~2천만 불로 제작됐다고는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나리오! 물론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의 절반도 못 알아먹은 저질 잉글리쉬의 한계가 있으나...

행간에는 종종 "이야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볼거리면 충분하다"는 주장이 일지만, 다시 한번 영화에 있어서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스카이라인>은 CG를 빼면 남는 게 전혀 없어요. 좀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감독을 맡은 스트라우스 형제가 "우린 이 정도의 금액으로도 이만한 퀄리티의 CG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을 각 메이저 스튜디오의 관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품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 시종일관 궁금했었는데 엔딩을 보니 기가 차더이다. 한 마디로 깊은 고민이 없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게 눈에 절로 보입니다. <디스트릭트9>과 <스카이라인>을 비교해보면 장,단점은 더 확실해질 겁니다.

<레드>는 정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하군요!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미국 박스오피스의 결과와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10위 안에 있는 영화는 <레드>가 유일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면서 개봉 6주차에도 8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것이 노장들의 투혼인가요!? ㅎㅎ

9위에 오른 이 영화의 정체는 뭘까 했는데 그 유명한 타일러 페리가 감독을 맡은 영화였군요. 이 친구의 인기도 미국 내에서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어떤 영화를 만들든 상위권에 오르고 제작비 대비 수입도 괜찮거든요. 이 영화만 해도 제작비를 넘어선 흥행수입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번 영화도 주요 캐스팅은 흑인들로만 구성됐다는 것도 여전합니다.

10위를 차지한 나오미 와츠와 숀 펜의 <페어 게임>은 보시다시피 지난주보다 다섯 계단이나 상승했습니다. 여전히 고작 386개의 극장에서 상영 중이지만 211개의 극장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10위 안에 안착하게 됐군요. 개봉 극장수가 적다 보니 흥행수입도 보잘 것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소재를 생각하면 뭔가 음모가...

<본 아이덴티티>를 연출했던 덕 리만의 신작인 이 영화는 이라크 전쟁과 엮인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3년에 CIA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남편이자 이라크 대사였던 조셉 윌슨이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그것인데, 그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조작했음을 폭로했었습니다. 이른바 '리크게이트 (leakgate)'로 명명된 이 사건은 일찍이 2008년에 제작된 <Nothing but the truth>에서 다뤄졌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페어 게임>과 달리 실제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에 빗대어서 표현했었죠. 리크게이트에 대해서 말하자면 좀 기니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생활화하여 보세요~ ㅎㅎ

어쨌거나 숀 펜에 이어 나오미 와츠도 나온다니 얼른 보고 싶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다시 봤었는데... 아~ 이 영화에서의 나오미 와츠는 정말 매혹적이에요. 특히 로라 해링과의 베드씬은 숨이 멎는 것 같습니다! ♡♡♡ 제가 여지껏 본 역대 베드씬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어요 ㅋㅋㅋ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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