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고정인지 반고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드디어 리지가 런닝맨에 다시 등장했네요. 리지가 런닝맨에 고정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말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리지 띄워주기"와 "러브라인"을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곳에서 러브라인이 터지는군요.

사실 런닝맨에서도 "러브라인"이라는 게 없었던 건 아닙니다. 바로 개리와 지효의 러브라인, 즉 "월요커플"이라는 러브라인이 등장했었지요. 사람들이 SBS의 러브라인은 질려했지만 굳이 지효와 개리의 러브라인은 질려하지 않았어요. 상대가 개리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개리도 상당히 매력 있는 남자이지요.

사람들이 개리와 지효의 러브라인을 거부없이 인정한 이유는 바로 "인위적인 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개리가 지효를 좋다고 한 건 굉장히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이야기였지요. 예전에 김종국-이효리, 택연-윤아 등의 러브라인과는 너무 다른데 그 이유는 주변에서 몰아갔던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당시에는 김종국과 택연의 이미지가 개리보다 좋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자꾸 연결해주려는 주변 사람들 그래서 게스트들을 병풍화시키고, 게스트보다 자신들을 더 돋보이게 한 점. 이런 점들이 그들의 러브라인을 질려버리도록 만든 것이지요.

그랬기에 사람들은 리지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의도된 러브라인"에 대한 걱정이 들었고, 그래서 결사반대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번 러브라인은 리지가 아닌 바로 지효에게서 나왔습니다.

만약 그 대상이 개리였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대상이 송중기였기 때문에 말들이 많은 것이지요. 왜 송중기가 문제가 되냐구요? 단순히 그가 잘 생기고 꽃미남이라서 송중기 팬들만 반대하는 것일까요?

사실 송중기와의 러브라인은 약간 의도된 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런닝맨 10월 10일편에서 이미 지효와 송중기는 의도된 러브라인을 그려간 적이 있습니다. 지하철 편인가에서 "누나가 여자로 보인다"고 하면서 송중기가 뽀뽀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사랑의 유람선"이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커플게임을 하도록 정했습니다. 결국 남녀가 껴안으면서 타이타닉 포즈를 재연하는 장면까지 하게 했는데, 문제는 너무 송중기-송지효 위주로 편집했다는 것이지요. 송중기-송지효는 CG에다가 배경음악까지 깔아주는 등... 작정을 하고 그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아마 개리도 타이타닉을 했을 텐데 그 부분은 완전 날려버렸구요. 작정하고 송중기-송지효의 러브라인의 카드를 꺼내든 런닝맨 제작진이 틀림없습니다.

리지와 관련해서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러브라인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사실 리지는 송중기를 제외하고는 러브라인 가능성이 거의 없지요 (광수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송중기-송지효-개리의 러브라인에 떡밥을 문 제작진은 이런 관계를 연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결국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도 런닝맨 제작진은 X맨이나, 패떴1, 패떴2의 제작진에 비하면 솔직한 편이네요.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러브라인을 하였다고 고백을 하는 거 보니까요.

여담으로 말하자면 어제 리지의 출연을 보니 리지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놔도 되겠네요. 오히려 묻혔다 할 정도로 의도적인 "리지 띄워주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러브라인에서도 리지와 송중기를 엮어보려는 노력은 없었습니다. 리지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은 리지를 게스트가 아닌 고정 쪽으로 보면서, 알아서 분량을 찾아먹게 놔둔다는 뜻이겠지요. 그 와중에도 오프닝이나 중간중간에 리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본인 분량은 챙기는 것을 보니 그리 홀대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어제의 런닝맨은 마치 X맨과 패떴, 그리고 런닝맨 3개의 프로그램을 급하게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런닝맨이 초반 맹렬한 비난과 반대에도 꿋꿋이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러브라인도 아니고, X맨도 아니었습니다.

비호감이라고 욕먹던 김종국도 달리는 게임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이미지를 바꿨고, 지효도 자신의 몸을 던져가면서 열심히 추격하고 따라잡히고 따라붙고 하는 모습이 즐거워서 런닝맨을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너무 많이 뛰면 지칠 수 있는 상황이라 중간에 "차 한잔의 여유" "도둑잡기" 등을 집어넣은 것까지도 괜찮았습니다. 잠깐 쉬어가는 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서 재미있는 장면도 나오고 멤버들의 재치도 나오곤 했거든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의 공통점은 "의도된 러브라인"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의도된 러브라인 없이도 런닝맨은 정말 고생했지만 잘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잘못하면 러브라인 때문에 달리기는 커넝 꼬꾸라지게 생겼네요. 이게 분량이 적거나 아직 캐릭터를 잡지 못한 송중기를 지원해주거나 밀어주기 위해서 쓴, 억지 캐릭터 잡아주기라면 안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괜히 송중기만 욕 먹일 일 뿐더러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도 희석시키고, 프로그램 자체에 피해만 가져올 수 있는 커다란 요인이 러브라인이기 때문이지요.

X맨으로부터 시작된 러브라인은 이제 약 7년째입니다. SBS라고 하면 러브라인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러브라인은 SBS의 고질병이며, 어쩌면 아직도 치료하고 있지 못하니 불치병이지요.

어제 러브라인은 아무래도 "배"에서 촬영하기에 영감을 받아 타이타닉을 생각해낸 것 같습니다. 만약 어제의 러브라인이 1회성이었다면 다행이지만, 줄곧 송중기와 송지효를 엮는다든지 송중기와 리지를 엮는 러브라인이 이어진다면,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어리석은 런닝맨이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런닝맨, 출연자들이 열심히 뛰어주는 모습을 더 좋아하지 인위적인 러브라인은 방송에 해가 됩니다. SBS의 고질적인 러브라인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네요. 패떴1, 패떴2를 망하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의도된 러브라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서, 런닝맨이 그 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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