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그들이 떠난 여행지는 전라남도 장흥이었습니다. 오프닝에서 이야기를 하듯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그 곳은 6시까지 도착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지요. 그런 멤버들에게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들을 맛보는 '식도락 여행'은 가장 행복한 소식이었습니다.

복불복 게임에 인생을 담았다

실생활에서도 그런지 알 수 없지만 1박2일에 나오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 먹는 것에 민감한 그들에게 '식도락 여행'은 가장 환영받을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다양할 수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지역의 먹을거리입니다.

그 지역이 아니면 결코 먹을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을 맛보는 것은 여행이 주는 가장 값진 보물 같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식전 음식을 기다리는 그들 앞에 놓은 '바지락 회 무침 비빔밥'은 충분히 흥분할 만한 음식이었습니다.

군침이 도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는 없지요. 더욱 잔인한 것은 누군가는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애태우고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무척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지요. 예능 방송이기에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가오지만 말입니다.

강력한 떡밥을 풀어 놓은 제작진은 천관산 꼭대기에 꽂아 놓은 '식권'을 뽑아오는 이들에게 '바지락 회 무침 비빔밥'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꼴찌는 단순히 밥만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홀로 바지락 1,000개를 캐는 벌칙까지 주어지니 무척이나 긴박한 레이스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작진들의 차량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가서 '식권'을 가지고 최종 목적지로 돌아오는 레이스에 단순하면서도 의외의 변수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스태프들의 차량 중에는 운전은 서툴지만 최근에 천관산 꼭대기까지 갔다 왔던 작가가 있고 운전은 잘 하지만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스태프도 있었습니다.

그런 의외의 변수들은 당연하게도 레이스의 극단적인 차이를 불러왔고 이는 순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천관산 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다양한 경로와 방식이 있었습니다. 가장 어렵게 오르는 방법에서 차로 중간 이상까지 올라서는 방법까지 망라된 '천관산 레이스'는 우리네 인생을 닮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목적지에 올라선 이가 은지원이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강호동의 표현대로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는지 알았는데 아직도 그러네..."처럼 은초딩으로 인해 제작진이 준비한 '천관산 레이스'는 또 다른 변수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능력과 상관없이 철저한 복불복으로 이뤄진 그들의 레이스는 수많은 변수 앞에서 울고 웃는 우리네 인생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출발은 똑같지만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지요. 세 갈래 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해 극단적인 결과를 이끌 듯 그들의 레이스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도 이미 지름길을 통해 그 누구보다 편안하고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른 이들과는 게임이 안 됩니다. 선점한 이는 독식을 목적으로 편법을 조장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게임의 룰은 울분을 토하게 만들지만 먹을거리 앞에서 그 어떤 의미도 상실한 채 굳게 맺었던 다짐도 버리고 밥을 선택하는 모습이 우리의 삶 그대로였습니다.

가장 힘겨운 길을 선택한 강호동과 이수근은 처음엔 연대를 하지만 판 자체가 망가진 상황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결과는 복수와 현실적 타협 외에는 없었습니다. 일등이 게임의 기본적인 룰을 재편해 버린 상황은 그들에게 연대보다는 대결을 선택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지요.

1등으로 올라 하나만 가져가면 되는 상황에서 깃발3개를 가지고 간 은지원으로 인해 후발주자들은 의외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두 번째 정상에 오른 승기는 심각한 경쟁심에 빠지고 세 번째 올라왔지만 마지막 깃발을 잡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산을 내려서는 김종민의 모습은 1등에 의해 조작되고 재편된 세상의 당황스러운 면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이야기를 하듯 '배신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이라는 자막은 그들이 이번 '천관산 레이스'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이자 재미였지요. 마치 인생게임을 하듯 복불복 게임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들의 행태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었으니 말이지요.

은지원이 배 위에 올려놓은 깃발을 차지하기 위한 강호동과 이수근의 대결은 예능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에 수없이 입수를 하는 강호동과 어렵게 배 위에 올라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한 지략으로 강호동을 넉다운시킨 이수근의 재능은 <1박2일 장흥편>을 가장 재미있게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듯 오늘 그들이 보여준 '천관산 레이스'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축소판처럼 편법과 탈법, 배신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재미만 담으면 되는 예능에서 곱씹을 수 있는 의미를 담아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지향되어야하는 방식이 되겠지요. 최악의 상황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1박2일>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흥겨움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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