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사진하면 떠오르는 풍경과 미인의 일차원적 상상을 벗어나 무한도전이 그들의 팬을 달력을 만들고, 단지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다소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방송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때는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어떤 것 특히 반복되는 심사는 시간 죽이기가 아닌가 싶을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이 달력 특집은 반전 주제처럼 무한도전의 평소 미션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절묘한 방법이 된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주제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반전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예능에서 담을 것이라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달력특집에 대한 볼멘소리를 도저히 낼 수 없게 했다. 그리고 또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달력특집이 방송됐다. 1차의 길에 이어서 노홍철을 탈락시킨 이번 특집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풍물놀이라는 주제였는데, 사실 그것은 조금 포괄적인 설명이다. 정확히는 민속춤이라고 해야 맞는다.
그러나 방송작가들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없고, 그저 낯설기만 한 민속춤을 공중파 그것도 무한도전이라는 매우 관심도 높은 방송에서 다뤘다는 자체로도 훈장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에 너그러이 양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민속춤에 관심을 갖게 된 원초적 경험은 이준기를 스타로 만들어준 ‘왕의 남자’였다. 가깝게는 다른 곳에서 열린 프로젝트가 있었음을 말해주고는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관련 있어 보이진 않는다.
모든 민속춤은 풍물가락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데. 예로부터 우리 풍물은 산 하나만 넘어가도 가락이 달라진다 할 정도로 지역마다 노는 사람들의 흥과 재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그런 민속광대들이 똑같은 춤, 똑같은 이름으로 탈놀음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이 탈놀음과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하하가 살짝 선보인 덜미이다. 쉽게 말해서 인형극인데, 하하가 들었던 것처럼 사람 손이 인형 속으로 들어가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탈놀음이나 인형놀음이나 같다고도 한 점은 유명한 박첨지 이야기가 공통적인 레파토리로 채용됐다는 점이고, 다르다고 한 것은 사람이 탈만 쓰고 하는 것과 인형을 사람이 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쨌거나 이 덜미를 실제로 보고 나서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던 관용구 하나가 쉽게 설명이 될 수 있다. 우리말에 ‘덜미 잡혔다’라는 것이 있다. 파생어로 목덜미, 뒷덜미라는 말도 있지만 통칭해서 덜미를 잡혔다고 하면 누군가에게 꼼짝 없이 제압당해 자신의 뜻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는 신세를 뜻한다.
최근 SBS에서 남사당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를 심도 깊게 그렸다. 물론 광대들의 삶은 이론의 여지없이 고난과 고통의 나날이다. 그런 질곡의 삶에서 구경꾼들의 배꼽을 빼놓는 해학과 흥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도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남을 웃기는 사람은 각별히 아픔이 있었다. 그 아픔은 다른 곳에서 좀 더 진지하게 알아보고, 예능에서는 그 슬픔을 딛고 웃음으로 승화시킨 그들의 비결을 알아보는 것 또한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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