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황금을 가지고 태어난 재벌 아들과 가난을 삶의 일부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여자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는 식상합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이들은 이런 극단에 서있는 이들이 만나 사랑하는 것을 꿈꿉니다. 결코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겠지요.

현빈을 완성하는 뻔뻔한 자신감

집안 좋고 학벌 완벽하고 얼굴까지 예쁜 여자들과 수없이 선을 봐왔지만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흔든 존재는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에게 모든 것을 갖춘 그런 여자들은 특별함보다는 당연함으로 다가왔으니 말이지요.

그런 완벽한 조건을 가진 남자가 전혀 자신과 어울릴 가능성이 없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액션 배우를 꿈꾸며 스턴트 일을 하고 있는 이 여자는 학벌도 시원찮고 집도 내셔널지오그라피에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나 사는 듯한 월세 방입니다.

툭하면 사람을 때리기나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줘도 도통 특별한 감흥을 받지 않습니다. 태어나 생전 이런 여자는 처음입니다. 백화점 사장에 매너와 외모까지 갖춘 자신이 호감을 보이는데도 단칼에 거절하는 이 여자, 안 보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혼란스러운 정말 감당하기 힘겨운 존재입니다.

그 여자가 좋아하는 사람은 당황스럽게도 자신의 이종사촌인 오스카입니다. 한류스타이기는 하지만 취미로 노래를 하는 그는 실제로는 엉망인 사람입니다. 노래 실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떨어지는데 우습게도 아시아 각국에서는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운영 중인 백화점 모델 재계약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각국의 아줌마 부대가 찾아드는 호황을 이루고 있으니 재미있는 세상이지요. 복잡한 여자관계와 뭐하나 진중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그가 기자에게 뜬금없이 이야기를 해서 큰일이 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실력 있는 후배를 키운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실천하려 자신이 다니던 카페에서 노래 잘하던 남자에게 계약을 제안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노래 잘하는 친구는 오스카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당황한 건 오스카였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만나서 자신 앞에 무릎 꿇게 하겠다는 똥고집으로 그 남자 찾기에 몰두하기 시작했어요.

죽을 때까지 원 없이 쓰고 죽어도 남아도는 재산에 뭘 해도 인기 있는 오스카에게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삶이 재미있어졌습니다.

다시 돌아와 그 이상한 여자 이야기를 하자면 참 이상할 뿐입니다. 사랑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얼떨떨하고 신기하지만 아직 사랑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그저 신기할 뿐인지도 모릅니다.

자신 앞에 모두 무릎 꿇던 세상인데 스턴트 하는 이 여자는 무릎은 고사하고 언제나 당당합니다. 그런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낡은 가방이었어요.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그녀를 만나고자 노력하는 상황에서 자신 앞에 나타난 그녀는 그를 힘들게 만들었어요.

뜯어진 가방 끈을 임시방편으로 연결한 모습을 보며 갑자기 화가 났어요. 호텔 오너에 모든 것을 갖춘 자신이 일부러 이런 곳까지 오도록 했다면 못 받은 입원비 중 남은 2,000원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지요. 그렇다면 최소한 거울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최선을 다해 자신과 만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맞겠지요.

그렇게 화가나 돌아섰지만 그녀가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울지는 않았는지 궁금한 그는 사랑에 빠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스카처럼 삶의 재미가 없었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거칠고 매력적인 이 여자는 진정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갖춘 주원이 길라임에 관심을 가지듯이 그녀 역시 주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남자를 좋아해본 경험이라고는 짝사랑이 고작인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힘들 뿐입니다. 더욱 자신이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부를 가진 존재라는 것은 길라임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단 돈 만원도 자신에게는 큰돈인 처지에서 돈이 돈 같지 않은 주원이라는 존재는 정말 타임지나 포춘지에서나 보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런 남자가 자신의 가슴 속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힘겹고 어렵기만 합니다.

학벌도 재산도 직업도 변변찮은 자신과 모든 것을 갖춘 재벌 2세 혹은 3세와의 사랑이란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액션스쿨에서 윗몸 일으키기 하면서 자신 눈앞에 다가오는 이 남자의 모습은 그만 정신을 놓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그가 재벌 집 아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일 뿐입니다.

기껏 용기를 내서 그가 있는 고급 카페에 들어서 호기롭게 맥주 몇 병 정도는 사줄 수 있다는 말로 호감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궁색한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가방하나 새로 살 돈도 없고 대단한 이들만 출입하는 이런 곳에 맞는 옷도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일 뿐입니다. 과연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거지와 왕자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만남과 변화는 <시크릿 가든>을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드는 키워드입니다. 아직 서로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그들의 조건들은 이후 변화가 가져올 재미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머슴 같은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하지원과 뻔뻔해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현빈의 존재감은 어떤 드라마 속 주인공들보다 강력한 파괴력으로 다가옵니다. 과연 그들의 서로의 입장이 바뀌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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