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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소통부재 MBC를 말하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0.11.21 13:48

광저우 아시안 게임 때문에 지난 주 방송을 쉬었던 무한도전은 예고와는 달리, 달력 특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뉴욕 한식 광고 특집'이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9일 예매를 시작한 2011년 무한도전 달력으로 인해 잘못했으면 가장 큰 스포일러로 1년 동안 준비해왔던 달력 특집 전체를 망쳐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소통부재가 낳은 최악의 상황은 편성조정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씁쓸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달력 프로젝트와 소통부재 MBC

1. 완성도 높아가는 달력 프로젝트

이번 주 방송된 달력 특집은 8월과 9월 분 촬영이었습니다. 지난 반전 특집을 끝으로 탈락한 길을 제외한 여섯 명이 촬영에 임했습니다. 탈락해 누드 촬영이 확정된 길이 맺어준 인연은 해님 달님(유재석과 정형돈), 하와 수(박명수와 정준하), 죽마고우(노홍철과 하하)조가 형사가 되는 콘셉트였습니다.

   
   
남겨진 길은 전천후 범죄자가 되어 세 팀에 모두 출연하며 탈락전보다 화려한 연기력으로 달력 특집을 빛내기도 했습니다. 전문 사진작가가 함께 해서이기도 하지만 작품 사진의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그들로 인해 예약한 달력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점심 고민을 하는 모습은 순간 정지된 한 컷의 사진 속에서 형사와 범죄자의 고뇌를 역설적으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기대하는 공권력이 실상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듯 점심 메뉴가 마치 범죄에 맞서 싸우는 강직한 형사로 표현되는 모습은 아이러니했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육빡빡이'들과 함께 촬영에 임한 하와 수는 대충 찍어도 화보가 되는 명수 옹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지요. '나쁜 녀석들'을 패러디한 사진으로 멋진 모습은 보여주었지만 심사를 하러나온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크리에이티브 없는 카피' 같은 모습은 공허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형돈 전성시대 과감한 멘트를 날리는 그에게 '5년 동안 너 때문에'라는 자막으로 항상 초심을 생각하라는 태호 피디의 재미있는 자막도 흥겨움을 더해주었습니다. 50컷이라는 한정된 촬영과 서바이벌 토너먼트 형식은 식상할 수 있는 패턴에 새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길문어의 완벽한 예측으로 인해 노홍철은 두 번째 누드 촬영자로 선택되고 9월 달력은 '왕의 남자'였습니다. 남사당놀이를 주제로 그들은 쉽지 않은 촬영에 최고의 모습으로 답해주었습니다. 우리의 것이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은 그들이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덜미(꼭두각시놀이), 버나(대접 돌리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풍물놀이 등 보면 알 수 있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았던 용어들이 그들이 보여주는 촬영으로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위태로운 줄타기를 재현해야 하는 형돈을 통해 자막은 '한스러운 이 세상', '뛰어 봐도 벗어날 수 없는 이곳'이라는 글로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굳이 현실을 비유하지 않아도 현실과 너무 닮은 상황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지요. '왕의 남자'의 내용이 그러하듯 주제를 통해 드러나는 풍자는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사실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절대자의 권력 앞에 한 없이 작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반복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뇌는 '왕의 남자'를 통해 모두 표현됐으니 말입니다. 꼭두각시놀이를 하며 절대자를 비웃는 하하와 살풀이를 추는 명수 옹의 저주로 절대 권력자를 비웃는 '왕의 남자'는 보는 이들에 따라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편애라는 이야기를 듣는 유재석의 모습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느껴지기까지 했지요. "정말 오랫동안 어쩜 그렇게 감이 안 떨어지는지..."라는 감탄사로 평가를 대신한 한복 전문가 박술녀의 개인 평은 유재석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모습이라 봐도 좋겠지요. 이준기와 눈이 닮았다는 명수 옹의 막말에 박술녀의 "이준기씨가 들으면 안 좋아할 거 같아요."라는 솔직 표현으로 의외의 복병이 주는 재미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건강한 그들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합니다. 상황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현실인식은 무한도전을 즐겁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할 테니 말입니다.

   
   

   
   

 

 

 

 

 

 

2. 소통부재를 이끄는 낙하산 사장

낙하산 사장이 부임하고 망가져 가는 MBC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깊고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11월 개편을 앞두고 두 개의 시사 프로그램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폐지시키는 망나니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시청률을 이유로 올린 예능은 3%도 나오지 않는 굴욕으로 돌아왔습니다. 폐지된 '후 플러스'와 '김혜수의 W'의 반도 안 되는 시청률은 김재철 사장의 꼭두각시놀음이 무엇을 위함이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현 정권의 문제점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던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는 낙하산이 들어와 해야 할 가장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었을 뿐입니다. 

현명철이 인권위에 들어서 대한민국 인권을 땅바닥에 내팽겨 치고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인권위에 올라선 이유이기 때문이지요. 김재철이 MBC에 들어와 사사건건 망가짐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철저한 파괴본능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그들은 방송 본연의 의무나 인권위의 역할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한 뿐입니다. 가을 개편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기간에 방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들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개편한 이유는 속속 들어나는 현 정권의 문제점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잡아내는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을 중단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심층 보도를 하는 '후 플러스'와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해와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김혜수의 W'의 폐지는 당장 '피디수첩'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습니다. 청와대 대포폰에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 아들 특혜에 대한 심도 깊은 비판이 필요한 시점에 인도네시아의 자연 재해를 담아내야 하는 '피디수첩'은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재의 이름으로 두 개의 시사 프로그램을 강제 폐지한 후폭풍은 당장 '피디수첩'의 의도하지 않았던 연성화로 이어지고 이런 움직임들은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고편과는 달리 달력 특집을 내보내야만 했던 무한도전은 소통 부재에 시달리는 MBC를 볼 수 있게 합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으로 인해 탄력적인 편성이 가능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의 비판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서둘러 강행한 개편은 광저우 아시안 게임으로 엉망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MBC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MBC가 망해도 정권을 비판하는 눈과 입만 막아내면 된다는 식의 낙하산 부대의 역할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합니다.

'한스러운 이 세상, 뛰어 봐도 벗어날 곳 없는 이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독재에 잠식되지 않는 깨어 있는 정신뿐입니다. 무한도전의 의외의 편성은 있는 그대로 MBC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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