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떠오른 스타는 많습니다. 여자 수영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정다래, 단일 종목 최다 금메달을 따낸 사격 선수들, 유도에서 정상에 오른 김주진, 김수완 등 신예 선수들이 그랬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떠올랐던 올림픽 스타들의 선전도 눈부셨습니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수영 남자 자유형 100, 200, 400m를 석권하며 2회 연속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름을 올렸고, '역도 여제' 장미란은 역도 여자 +75kg급에서 합계 311kg을 들어올리며 아시안게임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했습니다. 또 야구대표팀 역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위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때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훌훌 터는데 성공했고, '미녀 검객' 남현희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kg 이하급 경기에서 한국의 왕기춘이 경기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받은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쓴맛을 본 스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 첫 금메달을 선사했던 유도 영웅 최민호는 유도 남자 60kg급에서 우즈베키스탄 선수에 져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남자 73kg급의 왕기춘은 일본 선수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져 아쉽게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또 '윙크 세레모니'를 펼칠 것으로 기대됐던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도 남자 단체전, 복식에서 결국 금메달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진종오 역시 단체전 금메달을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은 풀었지만 개인전에서 금맥 사냥에 실패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최강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박태환과 장미란은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고, 최민호, 왕기춘, 이용대, 진종오는 어떻게 보면 지금 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힘든 시련이 있기에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더 위대한 선수로 가는 길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셔틀콕 넘기는 이용대 ⓒ연합뉴스
사실 위 네 선수 모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여러 악재들이 있었습니다. 최민호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운동을 포기할 뻔하기도 했고, 왕기춘은 지난해 개인적인 사건으로 은퇴를 시사하며 잠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이용대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내내 재활에 매진하고 이렇다 할 경기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진종오는 대회 직전 컨디션 난조로 전국체전, 월드컵 파이널 등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습니다. 상황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것이 오히려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이들은 모두 올림픽 영웅다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철저한 자기 관리로 다시 예전의 모습을 갖추는데 성공했고, 마침내 국가대표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금메달 사냥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왕기춘은 다시 일어서며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최민호 역시 전국체전 개인 첫 우승을 통해 상승세 분위기를 타며 세계 대회 정상 정복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또 이용대도 컨디션을 회복하고, 남자 경기에만 집중적으로 훈련에 매진하며 '4년 파트너 형' 정재성과 쾌조의 호흡을 갖췄습니다. 결국 아시아 정상 정복에 실패했지만 이들 모두 힘들게 과정을 밟으면서 정상 문을 노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면이 많았습니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어쨌든 이들은 모두 메달(왕기춘-진종오(개인전) 은메달, 최민호-이용대 동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또 한 번 성공했습니다.

▲ 설욕의 동메달 따낸 최민호 ⓒ연합뉴스
이제 이들은 2년 뒤, 정확히 말하면 1년 9개월 뒤에 있을 런던올림픽을 향해 또 다시 힘차게 달릴 것입니다. 세계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더 독을 품고 올림픽 2연패를 향해 훈련할 것입니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선수들, 즉 라이벌로 부를 만 한 선수들의 등장으로 자극제가 되고, 목표 의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또 하나의 성과를 얻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록 2010년 11월에는 가운데 자리에 오르지 못했던 이들이지만 여전히 충분히 잠재력,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내일은 더 희망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세계 정상을 향한 이들의 분투,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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