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가 저번 주 토요일에 방영되었다. 6%대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하였지만, 본격적으로 정규방송으로 편성되어 월요일 저녁 11시에 방영될 '안녕하세요'는 '놀러와'와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시작한 '밤이면 밤마다'도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났다. '해피버스데이'의 부진을 '안녕하세요'가 메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국민고민상담
그러나 문제는 고민의 퀄러티에서 시작된다. 웃음에 포인트를 맞추면 가벼워지고, 고민에 포인트를 맞추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품이 걸려 있기 때문에 결국 감정에 호소하는 팀에게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유는 심사를 하는 주체 자체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감당할만한 내공이 있지 않으면 결국 이미지 관리 및 욕 안 먹을 정도에서 손을 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인지상정이라고 그렇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고민에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만다.
첫 회에서 나온 고민은 여자인데 목젖이 나와 걱정이라는 것, 개가 발정 나서 고민이라는 것, 애 엄마처럼 보여서 걱정이라는 것, 이름이 남달라서 고민이라는 것 등이 나왔다. 아무리 보아도 고민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한 꺼리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나마 이름이 남다른 고민 사연이 가장 고민스럽고 재미도 있었지만, 1등은 애 엄마처럼 보여서 걱정이라는 여중생에게 돌아갔다.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나이 터울이 나는 동생을 키우다시피하여 어디를 다니면 애 엄마 아니냐며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함께 나온 아버지는 눈물까지 흘리시고... 이 정도 되니 결국 만장일치로 1등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는 것은 냉정한 현실이었다.
컬투
고민 사연을 소개해주는 것도 라디오 사연 소개와 비슷한 소재인데 이는 프로그램 자체가 라디오에서 컨셉을 가져왔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보이는 라디오가 요즘 대세이다 보니 이를 아예 프로그램으로 가져와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라디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청취라는 한계를 넘어서 시청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패러다임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미 시청을 하고 있는 TV 프로그램에 청취의 패러다임을 가져왔던 것이 안녕하세요를 루즈하게 느끼게 만들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안녕하세요, 안녕하길...
안녕하세요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소통"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웃음을 위주로 끌고 갈 수 있는 소재로 컨셉을 바꿔야 할 것이다. 특히 컬투의 거침없는 입담을 잘 표현해내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싶다. 방송의 수위를 넘나드는 컬투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중독성 있게 매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라디오의 연장선이 아니라 시청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신선함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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