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즌1보다 더 깊어진 <대화의 희열2> (3월 2일 방송)

KBS 2TV <대화의 희열2>의 첫 게스트는 백종원이었다. 웬만한 예능인보다 더 많이 나오는, 이미 백주부와 백대표 캐릭터를 소비할 대로 다 소비한 백종원. 그래서 기대가 되면서도 우려도 된 것이 사실이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 백종원 편

<대화의 희열> 제작진은 ‘흔한 예능인’ 백종원을 섭외해 흔하지 않게 소비했다. 백대표의 노하우 같은 정보, 백남편의 러브스토리 같은 가십성 이야기가 아니라 청년 백종원, 사업가 백종원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그 누구도 아닌 백종원’의 그림을 완성시켰다. 생각해보면 그를 솔루션 해결해주는 ‘대표님’이나 쉬운 레시피 전수해주는 ‘백주부’로 섭외한 예능만 많았지, 토크쇼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해, 백종원 본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뜻이다.

‘거대 기업’을 운영하고 싶었다는 의외의 꿈,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백종원을 만든 연결고리, 그리고 사업이든 취미든 전체를 보고 구조를 파악하는 그의 흥미로운 습성 등 메모하고 싶은 구절들이 차고 넘쳤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 백종원 편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서서히 올라온 백종원. 우리가 처음 만난 백종원은 이미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이었지만 <대화의 희열>은 그 꼭대기에 오르기까지 청년 백종원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길게 늘이지 않고, 마치 백종원 백과사전을 펼쳐놓은 듯 방대한 양의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한 곳에 차곡차곡 모아서 결국 이것이 지금의 백종원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핵심만 뽑아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사전 인터뷰가 얼마나 꼼꼼했을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백종원도 누군가의 식당을 고쳐주거나 쉬운 레시피를 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오랜만에 온전히 본인 얘기를 늘어놓다보니, 정말 신나게 술술 털어놓는 모습이었다. 원래도 알았지만 이토록 신난 달변가라니, 희열이 느껴진 토크쇼였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화의 희열2> 백종원 편

백종원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다가 한국에서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 입시와 취업에만 초점이 맞춰진 청춘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백종원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추억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눈치 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 그리고 네 명의 패널들이 말 한 마디씩 거들면서 그것이 깊은 토크가 되는 과정. 오프닝 자막에 나왔던 것처럼 정말 ‘딥 토크쇼’였다.

이 주의 Worst: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를 넘나드는 심각한 실력차 <미스트롯> (3월 7일 방송)

오디션이라는 레드오션과 트로트라는 블루오션. 일단은 블루오션의 승리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일단은. 출연자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기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분위기가 나고,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장르의 특성상 숨겨진 실력파 출연자가 나온다든지 감동적인 사연이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TV조선 <미스트롯>은 그런 지점을 노렸다. 마미부, 현역부, 직장부 등으로 나눈 구성도 그렇다. ‘마미부’에서는 엄마의 이름으로 꿈을 이루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직장부에서는 일하면서도 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현역부는 데뷔했음에도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 고단한 현실을 보여줬다. 게다가 TV조선 채널의 주된 시청자 층의 취향과도 일치하니 더욱 영리한 발상이었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트로트를 쉽게 보는 건 대중뿐 아니라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옷을 섹시하게 입고 웃긴 소품을 걸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 합격할 줄 알았나 보다. 비겁한 선택이었다.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장윤정의 한숨과 신지의 쓴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것도 현역부C 그룹에서. 마스터들의 ‘올하트’를 받은 현역부C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전원 탈락.

현역부C 무대는 전문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국노래자랑 예선 같았다. 그것도 최우수상도 아니고 인기상 노리는 사람들 같은. “너무 실망스럽다. <전국노래자랑>도 아니고”라는 이무송의 한숨 섞인 지적이 가장 혹독하지만 정확한 평가였다. 트로트와 EDM을 합친 곡을 야심차게 들고 나온 현역 출연자도 있었지만 “EDM 잘못 배우면 저렇게 된다”는 박명수의 혹평만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역부A팀 첫 번째 출연자 송가인은 마스터들이 첫 소절 듣는 순간 하트를 많이 받았다. 진짜가 나타난 셈이다. 갑자기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요무대> 분위기가 되었다. 아무리 출연자들의 실력 차가 다양하다지만, 의도성이 다분해 보이는 팀 구성이었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트롯>

현역부C 팀을 통해 ‘데뷔했다고 해서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 후 현역부A 팀을 통해 다시 ‘역시 현역이 명불허전’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롤러코스터 같은 구성을 정말 의도하지 않은 걸까. 어쩌다보니 현역부C 출연자들은 모두 노래를 못했고 또 어쩌다보니 현역부A팀 첫 출연자는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실력자였던 걸까. 송가인이 노래한 후 올하트 여부가 나오기도 전에 2회는 끝나고 3회 예고편이 나왔다. 그래서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C팀은 계산된 밑밥이었다는 것을.

악마의 편집 없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오디션 예능 특유의 달콤한 유혹을 못 버리는 것 같다. 이러다간 트로트라는 블루오션이 오디션 예능의 레드오션에 잠식되어 또 그저 그런 오디션 예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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