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단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행진이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대회 일정의 절반을 소화하는 가운데 벌써 목표치에 60%를 육박하는 37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사실상 종합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의 수영 3관왕과 유도, 사격의 선전, 그리고 구기 종목의 연승 등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고, 화젯거리도 많이 양산됐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인기 종목, 선수들에 밀려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한 선수, 종목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올림픽과 다르게 워낙 많은 메달들이 쏟아지다보니, 인기 있는 몇몇 종목에 묻혀 값지고 의미 있는 메달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4년 동안 피땀 흘린 선수들, 특히 비올림픽 종목 가운데 금메달을 통해 관심을 받고 싶었던 선수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모든 선수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일부는 메달을 따고 이미 한국으로 귀국한 선수들도 있지만 관심 가져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아시안게임 중간 결산으로 무관심 속에 가려진 의미 있는 아시안게임 메달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회 첫날부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서 매우 값진 동메달이 나왔습니다. 장윤정 선수가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 등 총 51.5㎞의 올림픽 코스로 열린 여자부 결승에서 2시간7분52초의 기록으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장윤정의 아시안게임 3위가 값진 것은 바로 한국 철인3종 국제대회 출전 사상 첫 입상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강이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없었던 장윤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그 어떤 종목보다 힘든 철인3종의 간판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알리며 잠시 주목받았습니다.

▲ 지용민.김경련, 정구 금메달 ⓒ연합뉴스
비올림픽 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 '숨겨진 효자 종목'으로 이름을 알린 정구, 볼링에서도 금메달 소식이 잇달아 터졌습니다. 볼링에서는 6관왕이 점쳐졌던 최진아강혜은과 짝을 이뤄 출전한 2인조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에서는 황선옥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고 자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서 이날을 기다려왔는데 결국 '깜짝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개인적인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또 정구에서는 김경련지용민과 짝을 이뤄 출전한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 지난 대회 여자 단체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김경련은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면서 정구 선수로서 꿈을 키워 마침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또다시 목에 걸며 '숨겨진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또 남자 정구 기대주 이요한 선수가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벌써 정구에서만 2개의 금메달이 나오는 쾌거가 나왔습니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댄스스포츠, 당구, 우슈 등의 선전도 돋보였습니다. 이미 한국에 귀국한 댄스스포츠 선수들은 중국의 판정 텃세 속에서도 값진 은메달 7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또 당구에서는 '얼짱' 선수로 주목받았던 차유람의 탈락이 아쉽기는 했지만 한동안 그에 묻혔던 김가영이 여자 포켓8볼에서 귀중한 은메달 1개를 추가했습니다. 또 중국의 강세가 일찌감치 예상됐던 우슈에서도 산타(겨루기) 부문에서 김준렬, 이정희 선수가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어 경쟁력을 보여줬습니다.

박태환에 가렸지만 '기초 종목' 수영에서의 값진 메달도 쏟아졌습니다. 혼계영, 계영 종목에서 한국 남자 선수들이 잇달아 동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수영 평영 200m에서 최규웅이 중국 선수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귀중한 은메달을 따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 수영 여자 접영 국내 최강자인 최혜라도 접영 200m, 혼영 200m에서 동메달 2개를 따냈고 그 가운데 혼영 200m에서는 한국신기록을 세워 여자 수영 간판임을 증명해냈습니다.

▲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평영 200m에서 귀중한 은메달을 따낸 최규웅 ⓒ연합뉴스
많은 메달이 쏟아지고 있는 사격에서도 의미 있는 메달들이 많았습니다. 사격 남자 25m 센터파이어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박병택은 6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베테랑으로 이번 대회가 현역 마지막 대회였는데요. 12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습니다. 또 박태환에 다소 가려졌지만 권총 기대주 이대명과 소총 에이스 한진섭이 나란히 3관왕에 올라 한국 사격의 돌풍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그밖에 이전까지 경력은 없지만 그야말로 한 달 동안 '빡세게' 연습해서 10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낸 드래곤보트(용선) 대표팀, 사이클 유망주로서 성인 대회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여자 개인추발 이민혜, 승마 마장마술에서 개인전, 단체전 2관왕에 오른 대표팀 막내 황영식, 그리고 4연패에 성공하며 4년 전 경기 도중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형칠 선수의 한을 푼 승마 대표팀도 한국 선수단에 소중한 메달을 선사했습니다. 메달을 따내도 관심을 받지 못해 안타깝지만 이들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만의 기쁨'을 만끽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메달이 기대되는 비인기 종목들은 많습니다. 기초 종목이기는 하지만 부진한 이유로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육상을 비롯해 복싱, 레슬링 같은 투기 종목, 그리고 인라인 롤러, 바둑, 세팍타크로 등 비올림픽 종목, 그리고 핸드볼, 하키 등 국제 대회에서만 주목받는 구기 종목들이 그렇습니다. 모든 스포츠 종목의 관심이 필요하겠지만 워낙 많다보니 흥미를 갖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인데요. 그래도 더 주목받기 위해 피땀 흘리며 정상에 오르고 또 입상에 성공한 선수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사실 이 선수들 가운데서도 정말 감동 스토리도 많고, 피나게 노력한 과정 에서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몇 스타 선수들, 인기 스포츠에만 관심이 집중된 것을 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가능한 많은 종목에 관심을 갖고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릴 책임을 지고 있는 언론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할 체육계의 책임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선수들이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내고도 이렇다 할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걸 보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안타까움만 느껴질 뿐입니다.

힘겹게 경쟁을 뚫고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비인기 종목, 그리고 비올림픽 종목 선수들도 우리의 국가대표라는 것을 우리는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 있기에 4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고, 한국 스포츠의 위상도 올라가고, 튼튼한 한국 스포츠 기반을 다지는 역할이 가능했던 만큼 이들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것이 아시안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재밋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고 또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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