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349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언론에서는 보증금 10억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보증보험사에 10억 원의 1%인 천만 원을 내고 받은 보증서로 대체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은 편치 못할 것이다. 1심에서 15년형의 중형이 선고된 피고인에게 보석이 허가되는 경우가 일반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은 빛을 잃었다. 법은 평등할지 몰라도, 법원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고 강금원 회장이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강 회장은 뇌수술을 위한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었다. 이후 다시 신청했으나 법원은 다시 기각했다. 2차 기각 일주일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강 회장의 보석이 비로소 허가되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오래지 않아 별세했고,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때를 놓쳤다는 말이 돌았다. 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형량을 봤을 때 강 회장에 대한 보석신청 기각에 뒷말이 남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뇌물·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에서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으로 풀려나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돌연사까지 언급하며 보석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한 것은 병 때문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을 코골이 때문에 풀어주었다는 비아냥거림이 들끓고 있다. 법원이 뭐라 하던, 시민들 눈에 법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심이 생길 법도 한 것은 강금원 회장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단 강금원 회장의 일이 아니더라도 법원이 언제부터 그렇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존중하고, 지켜주었는지 모를 일이다. 또한 다음 달 구속만기로 출소하는 것보다 조건부 보석이 낫다는 법원의 논리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혐의만 16개가 된다. 어떻게 보아도 중범죄이다. 어떤 논리와 합리를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석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이 아무리 가택연금과도 같은 보석허가라고 강조한들, 뇌수술을 위한 보석을 허가치 않은 과거를 덮을 수는 없다. 법과 양심에 의한 결정이라고 백번을 이야기하더라도 전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현직 판사들이 대거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되는 상황에서 말의 무게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국민들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는 것을 보면 누구 말대로 한국 법원은 참 용감하다. 아니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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