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검찰 송치 과정에서 3만 건 이상의 디지털 증거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8팀)은 지난 2013년 경찰청 본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송치한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 송치 과정에서 경찰이 주요 관련자 사용 휴대폰, 검퓨터에 대한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3만 건 이상의 동영상 등 디지털 증거를 송치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달 28일 경찰청에 13일까지 진상파악 및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조사단이 경찰에 확인을 요청한 사항은 ▲송치 누락 디지털 증거 복제본을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등지에서 보관하고 있는지 여부 ▲삭제·폐기했다면 일시 및 근거, 송치누락 경위 ▲복제본이 존재한다면 조사단 제공 가능 여부 등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경찰 작성 디지털증거분석결과보고서 및 일부 출력물에는 복구된 사실이 확인되나, 송치 기록에는 복제본 첨부가 누락된 디지털증거가 동영상과 사진 파일만 3만 건 이상에 달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은 원주 별장 등지에서 압수한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사용한 SD메모리, 노트북 등 HDD 4개에서 사진파일 1만6402개, 동영상 파일 210개를 복구했으나 송치 누락했고, 윤 모 씨로부터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사진 파일 8528개, 동영상 파일 349개를 복구했으나 송치 누락했다. 윤 씨는 윤중천 씨의 친척으로 경찰에서 "윤중천 운영 회사에서 9년 가량 근무했고, 2008년 여름 경 윤중천이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김학의 동영상을 구워달라고 해 동영상을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옮긴 뒤 CD로 구워 주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박 모 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한 휴대폰과 컴퓨터에서 사진 파일 4809개, 동영상 파일 18개를 복구했으나, 언론에 보도된 김학의 동영상 파일 4개 이외에는 송치 누락했다. 박 씨는 윤중천 씨의 차량에서 김학의 동영상 파일을 최초로 입수한 인물로, 성접대 의혹을 빌미로 김학의 전 차관으로부터 거액을 갈취하려 했던 일당 중 한 명이다.

조사단은 "본건은 경찰이 김학의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개시된 것이고, 기록상 확보된 진술에 의할 경우 별장 성접대 관련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함에도, 경찰은 포렉식한 디지털 증거를 송치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학의 등에 대해 2회 혐의없음 처분한 것"이라며 "조사단은 당시 검찰 수사팀이 이러한 송치누락 사정을 파악하고 수사상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러한 부실수사 내지 축소·은폐수사 정황에 대한 규명은 검찰 수사팀의 과오를 확인하는 진상조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임을 감안해 조사단은 관련 조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찰청의 책임 있는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은 지난 2013년 김학의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던 의혹이다. 윤 씨가 이권을 얻기 위해 현직 검사 등 고위층에게 성접대를 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이 입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2013년 11월 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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