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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은 여전히 SBS의 딜레마인가[오늘의 핫이슈] SBS가 재벌일가 의결권 문제 '침묵'한 이유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09.03 08:09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이면서 총수가 있는 4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2일 공개했다. 2일 방송뉴스와 3일자 아침신문들이 '주요하게' 보도한 내용인데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43개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들이 평균 9.52% 지분으로 40.8%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가 소유한 지분에 비해 몇 배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의결권 승수'의 경우 평균 6.68배를 기록했다. 한겨레신문의 '표현'을 빌리면 "보통주 1주를 가지고 7주에 가까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 경향신문 9월3일자 16면.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다. △재벌들의 금융 계열사 소유도 여전해 모두 14개 기업집단 소속 29개 금융·보험사가 86개의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으며 △계열사들끼리의 순환출자의 경우 출자총액제 적용 기업에서는 삼성·현대차·SK·롯데 등 8곳, 상호출자제한 대상에서는 동부·현대·대림 등 10곳에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

SBS 2일 '8뉴스'에서 침묵 … 중앙은 3일자 '단신성'으로 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재벌총수 일가가 9.52%의 지분으로 40.8%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상황' 자체가 왜곡된 지배구조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참여정부는 경제력집중 완화를 위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재벌그룹의 행태는 여전하다"는 경향신문(3일자)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 한겨레 9월3일자 사설.  
 
다른 이유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재벌적 기류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3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재벌의 무한 확장을 그나마 억제하던 금융-산업 분리 원칙이나 출자총액제한 등 핵심 재벌정책조차 형해화 할지 모를 처지에 놓여 있고 △정치권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금산 분리나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공공연히 들먹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회에는 금산 분리 원칙을 폐지하자는 3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금산 분리의 단계적 완화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는 참여정부의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한 결과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이 같은 결과는 앞으로 재벌 쪽의 입장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두 가지 '사안'만으로도 언론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존재하는 셈이다.

총수지분 아예 없는 태영과 삼성을 고려한 '침묵'과 '축소'인가

2일 방송사 메인뉴스와 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SBS와 중앙일보를 '주목'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만한 사안인데도 SBS는 '침묵'을 중앙일보는 '단신성'으로 이 사안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 중앙일보 9월3일자 E(경제섹션) 2면.  
 
사실 후자인 중앙일보의 경우 그동안 '삼성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에 3일자 보도태도가 새롭지는 않다. 관심을 모으는 건 SBS의 태도. 그동안 재벌 관련 보도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꼬박꼬박'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럼 뭘까. 왜 SBS는 KBS와 MBC가 메인뉴스에서 주요하게 보도를 하고 3일자 아침신문들까지 일제히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한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았던 걸까.

'단서'가 보인다. 바로 태영이다. 이번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43개 대규모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 지분이 아예 없는 그룹이 있는데 이 그룹이 바로 태영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집단 가운데 LS그룹(0.06%)과 두산그룹(0.21%)이 총수의 지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 비교해 보면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태영이라도 할 지라도 정도가 좀 심한 셈이다.

한 마디로 총수지분 0%로 해당 기업에 대한 각종 '의결권'을 행사해왔다는 것인데 정상은 아닌 셈이다. 물론 이 '비정상인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SBS도 정상적인 태도는 아니다. 묻는다. 태영은 여전히 SBS의 발목을 쥐고 있는 '딜레마'인가.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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