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낙동강 사업권 회수 이전과 이후

▲ 정부가 15일 오전 낙동강 13개 공구의 대행사업권 회수를 경남도에 공식 통보한 가운데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는 낙동강사업해제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국토해양부가 경남도에 위임했던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지난 15일 회수해 간다고 통보했습니다. 경남도가 "사업을 반대하거나 지연하는 등 이행 거절을 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위임 협약에는 해제할 수 있는 경우를 △천재지변 △예산 문제 △쌍방 협의 세 가지만 두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과 어거지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대목입니다.

경남도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협약 해제 무효 확인 소송을 내고 동시에 당장 행위를 못하게 하는 가처분 소송도 낼 것입니다. 중앙 정부와 경남도 사이 권리와 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를 두고 다투는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충 생각해 봐도 결과는 뻔합니다. 당장 판결이 나와야 하는 가처분에서는 '시급성이 없다' 등등 이유로 기각될 것이고 그러면 중앙 정부는 당장 공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무효 확인 소송은 '(공사가 이미 진행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이므로) 다툼의 실익이 없다' 등등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그대로 가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하는 권한쟁의심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저는 봅니다. 모르기는 하지만, 쏜살같이 진행되는 공사를 느리게 흘러가는 재판이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국토해양부의 사업권 회수로 말미암아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뎌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 4대강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여전히 찬성하고 반대하는 사람 또한 그 전과 마찬가지로 반대합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말미암아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그대로인 것입니다.

▲ 상주 낙단교 아래 공사현장ⓒ작가선언6·9 길상호
2. 김두관 도지사의 생각 1 - 이익은 키우고 손해는 줄이자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낙동강 사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사업으로 말미암을 수 있는 손해를 줄이려고 했을 뿐입니다. 수질 개선과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업은 그대로(오히려 더 크게) 하고 도움이 안 되는 보 설치와 강바닥 준설은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실 4대강 사업의 폐해는 거의 모두가 보 설치와 바닥 준설이 원인입니다. 부산 하굿둑에서 경북 상주까지 302km를 죄다 6m 깊이로 파내는 준설과 경남 합천보와 함안보처럼 댐과 규모로 지어지는 보가 문제인 것입니다.

준설하는 과정에서 수질이 나빠지고 거기서 퍼낸 준설토는 여태까지는 농사를 지었던 강변 둔치를 뒤덮습니다. 그리고 준설토 처리를 위해 농지 리모델링을 합니다.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또 함안보 같은 보가 수질에 안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합리적 짐작입니다. 보를 설치하면 강물 수위가 높아져 둘레 농지나 택지가 침수될 개연성도 높아지고 안개가 자주 많이 끼어 농업·주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개연성도 높아집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이런 악영향을 줄이자고 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사업을 회수해 가려 합니다. 그이들한테도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남도의회 한나라당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김두관 지사는 아집과 오기를 버리고 책임도정에 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 김두관 도지사의 생각 2 - 민주주의도 일보 전진시키자

국토해양부(또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나 국토관리청)와 경남도 사이에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두관은 마련하자 했고 이명박은 거절했습니다.

김두관 지사는 여러 이견과 반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낙동강 사업을 두고 '조정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중앙 정부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김두관의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닙니다.

경남도의 기초자치단체장 18명 가운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 찬성을 공약으로 내건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줄 압니다만, 어쨌든 선거가 끝나고 김두관 지사가 낙동강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자 이들이 줄줄이 낙동강 사업 찬성 기자회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두관 지사는 자기 견해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11월 5일 저녁 창원 감미로운 마을이라는 단감 농장에서 벌어진 '블로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낙동강 사업 찬성 기초자치단체에 행정·재정상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김 지사는 "예산 집행은 그 나름대로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고 해야지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되므로 불이익을 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 자기 소신을 얘기했습니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기초자치단체가 의견이나 견해가 하나같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미 그렇게 됐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이견이 있고 반대가 있을 때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만들어 협의하고 소통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견이 다양하게 있고 그것을 협의·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남 지역 기초단체장의 수준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찬성 이유라는 것이 중앙정부의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운운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소통을 하려 하지 않아 갑갑하다고 하면서도, 아울러 중앙 정부와 경남도 사이에 낙동강 사업에 대한 협의기구(이른바 '낙동강 사업 조정 협의회')를 꾸려 모범적으로 운영해 보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시·도지사-시장·군수가 모두 야당 일색이거나 여당 일색일 수는 없으므로 이견은 늘 존재하게 마련인데 여태까지 그런 이견을 조정하고 협의하는 모델이 없었다면서, 이런 모델이 하나 생기면 앞으로 이견을 조정하고 협의를 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이번 낙동강 살리기 사업권 회수로 모든 것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김 지사는 앞서 "'협의는 해도 협의회는 둘 수 없다'는 것이 중앙 정부의 입장이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견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것을 협의회 구성으로 '공식화'하기는 더욱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번 낙동강 사업권 회수가 어쩌면 낙동강을 망가뜨리는 데서 더 나아가 김두관의 꿈까지 무너뜨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196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났습니다. 함양과 창녕과 부산과 대구와 서울을 돌며 자랐고 1986년 경남 마산과 창원에 발 붙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1999년 들어왔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일삼아 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 9일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했으며 2009년 1월 기자 직분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시민사회부 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