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조 예선 마지막 경기 전에 B조 1위를 확정한 한국 대표팀이 서너 수 아래의 파키스탄을 상대로 15안타와 상대 실책 4개를 묶어 17:0 5회 콜드 게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야구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보이는데, 타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무게, 모양의 방망이를 주문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한국과 달리, 파키스탄의 타자들이 한 자루의 방망이를 여러 명의 타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모습에 안쓰러웠습니다. 대만전에서 1점을 얻었던 파키스탄은, 오늘 한국전에서도 7:0으로 뒤진 2회말 선두 타자 파루크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영패를 모면하기 위해 아시프의 희생 번트로 파루크를 2루에 안착시키며 승패를 떠나 1득점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습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1점이 소중한 야구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순수한 열정이 엿보였습니다. 비록 5회초에 9실점하며 난타당했지만, 3회초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1실점했던 파키스탄의 세 번째 투수 이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4회말 1사 1,2루 파키스탄 아시프 내야 병살타 때 1루주자 파루크가 2루수 조동찬에게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전에서 선발 출장했던 최정과 이종욱이 부진으로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되고, 오늘은 강정호와 이용규가 선발 출장했는데, 대만에 비해 수준 차가 상당한 파키스탄의 투수력이지만, 홍콩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강정호는 오늘도 멀티 히트로 호조임을 입증했습니다. 최정과 이종욱은 5회초 한 타석 씩 들어섰는데, 최정은 몸에 맞는 공을 얻어 타격감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이종욱은 높은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5회초 9득점으로 너무 많은 점수를 뽑아 상대에 대한 배려로 이종욱이 삼진 아웃당한 것이라기보다, 현재 이종욱의 타격감과 대타로 기용한 벤치의 의도를 감안하면 컨디션 저조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 두 번째 투수 정대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선발 김명성 이후 정대현, 고창성, 송은범을 시험 가동하며 준결승 이후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파키스탄 타자들의 수준을 감안하면 컨디션이 정상적인 것인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설령 홈팀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고전을 한다 해도, 그 이유는 한국 타선이 중국 투수에 고전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지, 반대로 중국과 난타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따라서 준결승전에서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선발로 예상되는 양현종보다는 생소한 중국 투수와 맞대결할 한국 타선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