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2인자'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신임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반영 비율이 적었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가 오세훈 전 시장에게 크게 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이 민심과 괴리된 '우경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에 오를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황 전 총리는 50%의 환산 득표율로 31.1%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눌렀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연합뉴스)

그러나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황교안 전 총리는 오세훈 전 시장보다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황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37.7%를 얻은 반면, 오 전 시장은 50.2%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당원이 주축이 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황 전 총리가 55.3%, 오 전 시장이 22.9%였다. 당심은 황 전 총리를, 민심은 오 전 시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결과는 황교안 전 총리의 '확장성 한계'의 문제로 지적됐다. 27일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전 총리에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며 중도 확장성 해소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황 전 총리는 "우리 당 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재들이 많다"며 "이분들과 함께 중도의 통합 등 다 같이 이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존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달 1월 31일 발표한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황 전 총리는 15.8%의 지지를 얻어 15.5%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8.5%를 얻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앞섰다.

그러나 세부 결과를 살펴보면 황교안 전 총리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황 전 총리는 20대에서 2.9%, 30대에서 4.6%, 40대에서 8.1%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같은 연령대에서 유승민 의원은 20대 23.8%, 30대 17.6%, 40대 20.1%, 오세훈 전 시장 20대 5.4%, 30대 8.8%, 40대 10.5%였다.

중도층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유승민 의원에게 밀리는 모습이었다. 황 전 총리는 중도에서 12.6%의 지지를 받아 19.7%의 유 의원에게 뒤처졌다. 정치성향이 다양한 수도권에서도 황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황 전 총리는 서울에서 14.6%, 인천·경기에서 16.3%를 얻어 유 의원(서울 14.9%, 인천·경기 13.7%)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황교안 전 총리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박'으로 대표되는 강경보수 노선을 버리지 못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자, 지난 9일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한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며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전 총리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역사적 평가가 끝난 민주화운동"이라면서도 "관계없는 분들이 유공자로 선정돼 있다는 지적이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연령별로 20대부터 40대, 지역으로는 수도권, 이념성향으로 중도를 보수정당의 확장 지표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황교안 전 총리는 이런 부분에 약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야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일군 승리로 대표가 된다면 태생적 한계를 갖게 될 것"이라며 "보수재건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