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승리로 끝났다.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강경보수 행보를 보였다. 5·18 망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순례 의원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결국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박근혜 복권 전당대회'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경기 고양 일산킨텍스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50%(선거인단 55.3%, 여론조사 37.7%)의 득표율로 31.1%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선거인단 22.9%, 여론조사 50.2%)을 누르고 신임 당 대표로 당선됐다. 김진태 의원은 18.9%(선거인단 21.8%, 여론조사 12.1%)에 그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박근혜 복권 전당대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명실상부한 '2인자'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됐고, 황 전 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실제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돈 한 푼 받은 거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가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4차 TV토론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국민적 분노를 부른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5차 토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미 변희재 씨 1심 판결에서 태블릿PC는 조작된 바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지적하자, 황 전 총리는 "지난번에 제 의견을 말씀드렸고 그 얘기를 번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지난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자 다급히 수습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지난 9일 황 전 총리는 곧장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당하신 것을 보고 최대한 잘 도와드리자고 했다"며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실제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때 1차 수사를 마치니 특검에서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었다. 그때 제가 볼 땐 수사가 다 끝났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고 봐서 수사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며 "지금 얘기하는 그런 문제보다 훨씬 큰일들을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당 최고위원에는 조경태 의원, 정미경 전 의원, 김순례 의원, 김광림 의원, 신보라 의원이 당선됐다. 특히 김순례 의원의 경우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김순례 의원은 지난 8일 김진태, 이종명 의원이 개최하고,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가 발제자로 나선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종북좌파가 판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 만들어져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비난해, 망언 논란을 일으켰다.

황교안 전 총리도 지난 25일 보수유튜브 고성국TV에 출연해 "5·18은 역사적 평가가 끝난 민주화운동"이라면서도 "관계없는 분들이 유공자로 선정돼 있다는 지적이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극복하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야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을 복권시킨 전당대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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