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아직 대회 초반을 달리고 있지만 한국 선수단의 선전이 무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회가 3일 지난 현재 한국은 금메달 18개를 따내면서 일본을 제치고 확실하게 2위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영 박태환, 유도 김재범 등 기대했던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냈고, 구기 종목에서의 선전도 이어져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분위기입니다. 이 때문에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은 "목표를 더 높여야 할 것 같다"라면서 예상했던 65개 금메달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내다볼 정도가 됐습니다. 2위는 확실하고, 금메달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모든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졌지만 그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종목은 바로 사격과 유도입니다. 특히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초 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사격은 아직 절반도 소화하지 않은 가운데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의 초반 2위 도약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유도도 첫날 김수완, 황희태, 정경미 등이 3개의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치른 12개 종목 가운데 절반인 6개를 휩쓸며 종주국 일본의 자존심을 꺾고 있습니다. 비록 15일, 남자 73kg급에서 기대했던 왕기춘의 금메달이 나오지 않아 아쉽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한 효자 종목임을 확인시키며 초반 선전에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 사격 2관왕에 오른 김윤미 ⓒ연합뉴스
많은 금메달이 나온 것도 성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메달을 딸 만한 선수, 즉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이 배출됐다는 점입니다. 사실 사격, 유도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고, 그나마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어도 주요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격 하면 진종오, 유도 하면 최민호, 왕기춘 등이 딱 떠오를 만큼 한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메달 다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선수의 발굴을 통해 더 멀리 내다보고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기존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거론됐던 종목들에서도 남자 권총 이대명, 남자 유도 김수완, 김주진 등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이 잇따랐고, 예상하지 못했던 종목에서 좋은 성과들이 연달아 터져나왔는데요. 조금만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다방면에서 선수들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더 키운다면 충분히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같은 큰 대회에서 더 많은 상위클래스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미 얻었다고 봅니다.

▲ 김주진이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조히드 파르모노프와 사투를 벌이다 금메달을 확정짓는 공격을 마친 뒤 주심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사격, 유도 모두 그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여자 부문에서 연달아 좋은 성과가 터진 것도 흥미를 모읍니다. 사실 그동안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등에서 여자 사격, 유도 선수의 메달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습니다. 올림픽만 봐도 여자 사격은 2000년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을 따낸 강초현이 마지막이었고, 여자 유도는 2008년에 정경미가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내기는 했지만 금메달은 1996년 조민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여자 사격 권총의 김윤미, 여자 유도의 황예슬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여자 종목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눈에 띄는 성과로 꼽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 경쟁력 부족으로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했던 가운데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성과를 계기로 좀 더 경쟁력을 키워 런던올림픽에 다시 세계 정상을 노크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히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시안게임이라 올림픽, 세계선수권보다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하지만 사격의 최강국은 중국, 유도의 최강국 그리고 종주국이 일본이라는 점, 그리고 이 두 나라 모두 최정예 선수들로 구성해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금까지 거둔 성과만으로도 의미가 한둘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사실 아시안게임 전에 사격은 G20 정상회의 때문에 야간에 훈련을 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부딪치며 힘든 시기를 보냈고, 유도 역시 연이은 국제 대회 부진으로 조금은 침체될 뻔 했습니다만 걱정을 뒤엎고 아시안게임 초반 바람몰이에 큰 역할을 해내면서 '진짜 효자 종목'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경기들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성과들을 내서 새로운 희망을 얻고 떠오르는 사격, 유도가 될 수 있을지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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